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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진짜 불 났다! 외쳤지만…두 번 묵살당했다" 쿠팡 직원의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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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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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지난 20일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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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처음 목격한 직원이 "당시 화재 사실을 수차례 내부에 알렸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났을 때 근무하고 있었다"며 "제가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바로 그 노동자"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5시36분쯤 경기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A씨는 당시 1층에서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청원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소방서에 최초 신고가 접수됐던 시간보다 빠른 오전 5시10~15분쯤 화재경보를 들었다. 놀란 A씨는 쿠팡 관계자에게 "불이 난 거냐"고 물었지만 "오작동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 하라"는 답을 받았다.

관계자의 답변에 안심한 A씨는 하던 업무를 마무리했다. 이후 약 10분이 흐른 오전 5시26분쯤 A씨는 퇴근하기 위해 1층 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래쪽은 이미 연기로 가득찬 상태였다고 한다. 화재경보는 계속 이어졌고 방화문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을 목격한 A씨는 함께 퇴근하던 심야 근무조 동료들과 곧바로 입구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A씨는 동료들에게 먼저 나가라고 한 뒤 화재 발생을 모르고 일하고 있는 다른 동료들에게 달려가 "진짜로 불이 났다"고 수차례 외쳤다.

A씨는 '쿠팡 측이 물류센터 내에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화재 신고를 곧바로 못했다'는 주장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A씨는 무전기와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있는 입구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달려가 화재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A씨는 보안요원으로부터 "불난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알아서 할 테니 퇴근이나 하시라.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가 "연기가 심하다. 뭐하러 장난치겠냐. 확인도 안 하고 왜 자꾸 오작동이라 하는 거냐"며 "안에 일하는 분들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무전기로 상황 보고라도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지만 보안요원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지하 2층의 또 다른 관계자를 찾아 화재 상황을 다시 알렸다. 그러나 그도 크게 웃으며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 된다"며 별 일 아닌 것처럼 치부했다고 한다.

다급해진 A씨가 "확인만이라도 해달라. 사람 다치면 책임질 거냐"고 했지만 보안 관계자는 "수고하셨다. 퇴근하시라"며 A씨의 요구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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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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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아직도 미친 듯 웃던 그 얼굴이 계속 떠올라 힘들다"며 "어떻게 일용직 노동자인 저보다도 못한 그런 사람들이 그런 직책을 맡고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화재 당일부터 (현장에서 화재 진압 작전 중 숨진) 고 김동식 구조대장님의 참사 소식을 듣기까지 스스로 원망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관계자들을 믿고 조치하려던 그 시간에 차라리 내가 휴대전화를 찾아서 신고했더라면 대형 화재로 번지기 전에 초기 진압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왜 난 그러고 있었는지 한심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나 등등 별 생각이 다 든다"고 자책했다.

A씨는 이미 3년 전인 2018년 덕평 물류센터에서 담뱃불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제대로 된 대피 안내방송이 없었다며 "한번 겪었음데도 개선된 것이 전혀 없다. 참사까지 부른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프링클러도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놔 이번 화재 당시 노동자들이 스스로 모두 빠져나올 때까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간 지체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A씨는 "사고의 정확한 책임을 규명하고 관계자들에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며 "이번만큼은 올바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이를 꼭 시행하고, 소방대장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청원은 22일 오전 10시30분 기준 5600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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