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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피해자 행방 몰라"…감금살인 친구 거짓말에 속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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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살인 피의자들, 경찰에 "피해자 행방 모른다" 거짓말

경찰은 피해자 이상징후 포착 못 해

경찰, 오는 22일 사건 檢 송치 예정

CBS노컷뉴스 차민지 기자

노컷뉴스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 피의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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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피의자들은 피해자 박모씨의 행방을 묻는 경찰에 '모른다'며 거짓말했다. 당시 박씨는 사실상 감금상태에 있었는데, 경찰은 피의자들의 거짓말과 박씨의 '괜찮다'는 말만 믿고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20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에 따르면 대구 달성경찰서는 지난 4월 30일 박씨의 가출 신고를 접수했다. 박씨의 아버지가 경찰에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 3대가 개통됐다는 연락과 아들이 돈을 빌렸다는 대부업체 연락을 받았다"며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의 아버지는 신고 당시 피의자 김모씨와 안모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한 상태였다는 점 역시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5월 4일 안씨에게 전화해 박씨와 같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안씨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한 달 뒤인 이달 4일 경찰은 김씨에게도 전화했다. 김씨는 "박씨의 행방도 모르고 작년에 같이 생활할 때 월세도 내지 않았다. 노트북을 파손하고 도망간 사실이 있어 감정이 안 좋다"는 취지로 말했다.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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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씨와 김씨의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박씨가 지난해 11월 상해 혐의로 고소를 진행하자 3월 말 박씨를 서울로 데려왔다. 박씨의 아버지가 실종 신고를 하기 이전 박씨는 이미 이들의 감시 상태에 놓여져 있었던 셈이다. 이들은 이후 박씨가 사망한 이달 13일까지 오피스텔에 가둬둔 채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발생한 연남동 오피스텔로 이사 온 지난 1일에는 박씨가 혼자 걸을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러 두 사람이 박씨를 부축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기기도 했다. 박씨는 이날 이후로 오피스텔을 아예 출입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냈다.

경찰은 박씨와는 총 5차례 연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박씨는 유난히 말을 더듬는 등 이상징후를 보였는데, 경찰은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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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락은 신고 당일인 4월 30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당시 어디에 있는지, 누구하고 있는지 알리기를 거부했다. 집에서 독립하기 위해 가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가까운 파출소에 방문해 신분을 확인하고 가출 신고를 해제하자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설득과 달리 박씨가 파출소를 가지 않았는데도 적극적인 조치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파출소를 가지 않길래 기다려봤다. 재차 전화해서 확인을 했다. 5월 4일에도 전화를 했고 그때도 귀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연락은 경찰이 김씨와 전화한 날과 같은 이달 4일이었다. 경찰은 통화음질이 좋지 않고 박씨가 평소보다 말을 심하게 더듬어 문자를 통해 박씨와 연락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박씨는 "부모님과 전화하고 있다. 왜 자꾸 연락하느냐. 어머니와 통화하겠다"고 답장했다고 한다. 마지막 연락 이후 9일 만에 박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되돌아왔다.

경찰은 박씨가 실종아동법상 강제 소재 파악이 가능한 대상(18세 미만, 정신장애인, 치매환자)이 아니라서 대처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심은 들지만 확증이 없었다. 신고 당시나 신고 경위에도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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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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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이 사건의 수사를 곧 마무리짓고 오는 22일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높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지를 고심 중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박씨의 상해죄 고소에 앙심을 품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상 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특가법상 보복범죄의 가중처벌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가능하다.

앞서 박씨는 지난 13일 새벽 6시쯤 이들과 함께 지내던 마포구 연남동 소재 오피스텔에서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숨질 당시 34kg 정도의 극심한 저체중에 영양실조로 몸에 폭행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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