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회장님, 국밥 먹는 일용직 노동자 부러워 한 이유[줄리아 투자노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머니투데이

수구레국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많이 아팠다. 병원에서 어떤 질환을 진단 받았고 원인 모를 무릎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내과 질환이야 약 먹으며 조심하면서 증상을 관리하면 됐지만 이유도 알 수 없는 무릎 통증은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정형외과를 4곳을 옮겨 다니며 MRI까지 찍고 체외충격파 치료에 도수치료까지 받았지만 치료 받을 때만 반짝 좋아질 뿐 소용이 없었다.

화창한 일요일 낮, 아픈 다리를 끌고 약간씩 절룩거리며 미장원에 갔다. 미용사 옆에서 머리를 감겨주고 주변 청소도 하는 보조직원이 손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말을 걸었다.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였다. 그 직원은 친근하게 날씨가 좋다느니, 이런 날 미장원 안에서 일을 해야 하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느니 하는 말을 했다.

문득 그 직원의 젊음과 건강함과 밝음과 가능성이 부러웠다. 그러다 혹 이 직원도 나를 부러워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줌마처럼 돈 걱정 없이 화창한 일요일에 머리 손질이나 하고 놀러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내가 몸이 아픈 것은 꿈에도 모르겠지 싶어 씁쓸했다.

나 역시 그 젊은 직원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속사정은 전혀 모른다. 늘 돈에 쪼들릴 수도 있고 혹 가정환경이 불우할 수도 있고 나처럼 어딘가 아플 수도 있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젊음과 건강함이 부러울 뿐이다.

#한 인턴기자가 6개월 근무기간을 마치고 그만두기에 식사를 함께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자 공채시험을 준비한다고 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이었다. 몇 번을 떨어져도 도전하겠다며 기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인턴기자의 눈에는 내가 성공한 기자로 보이겠구나, 부러움의 대상이겠구나 싶었다. 그는 오래 기자 생활을 해도 여전히 어렵고 불안하다는 것, 원래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기자가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종종 후회하기도 한다는 것, 건강이 좋지 않은 것, 집안에 크고 작은 걱정거리가 있다는 것 등은 전혀 모를 것이다.

그 인턴기자는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의 맏딸로 태어나 내가 보기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기자 공채시험에 몇 번 떨어졌다는 그것만이 그에겐 고난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그 부족함이 너무 컸다.

방송에서 외국 한 유명 배우의 대저택을 본 적이 있다. 집 안에 수영장은 물론 영화관, 헬스장, 각종 놀이시설까지 다 갖춰져 있었다. 집 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부러운 집이었다.

그런데 그 배우의 고백이 놀라웠다. 자신은 밖에 마음대로 외출할 수가 없어 가능한 집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도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하고 이곳 저곳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마음대로 다 다닐 수 있으니 사실상 온 세상이 내 것인데 그 배우는 그 많은 돈을 가지고도 대저택 안에 갇혀 살고 있었다.

한 대기업의 회장이 가끔 새벽에 인력시장에 가서 일용노동자들이 국밥 먹는 모습을 보고 왔다는 일화를 들었다.

그 회장은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조금만 많이 먹거나 잘못 먹어도 탈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밥을 깨작거리며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비쩍 마른 그 회장은 일용 노동자들이 땀을 흘려가며 국밥을 시원시원하게 먹는 모습을 보며 "참 복스럽게 잘 먹는다"고 했다고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있고, 내가 되고 싶은 것이 되어 있고, 내가 있고 싶은 위치에 있다고 부러워한다.

그의 속사정이 어떤지는 모른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다 갖고 있는 그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무엇인가로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데 그 결핍은 모른다.

사람에겐 각자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있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없는 것을 보면서 불평한다.

시선을 나에게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돌려보자. 그러면 불평이 아니라 감사가 나온다. 남에게 있는 것만 보지 말고 없는 것에 눈길을 줘보자. 그러면 부러움이나 시기, 질투가 사라지고 연민과 공감, 연대감이 생겨난다.

나에겐 너무나 불만족스러운 지금 내 모습이 누군가에겐 너무 부러운 모습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그래도 감사하며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shkwo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