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존 케인스,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유명한 경제학자로 잘 알려져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일찌기 '세계화폐'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이를 주장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패권국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될 경우 무역전쟁, 환율전쟁이 격화돼 결국 실제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케인스는 세계화폐 '방코르(Bancor)'를 쓰자고 주장했고, 하이에크는 '화폐의 탈국가화'라는 책에서 화폐 발행의 자유화를 외쳤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간 이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세기를 넘어 2021년 현재, 이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어쩌면 비트코인을 보고 '세계화폐'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인물 또는 집단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강력한 중앙은행의 발권 영향력에서도 자유롭다. 페이팔 등 대형 결제시스템도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에 추가했으며, 최근에는 테슬라도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해졌다. 암호화폐를 기본 자산으로 삼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내재가치가 0'이며, 달러 유동성 확대에 따른 자산효과로 가격이 상승할 뿐 언젠가는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이른바 '펀더멘탈'을 계산할 수 있는 주식이나 여타 자산들과 달리 코인의 펀더멘탈은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 책은 비트코인이 세계화폐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비트코인의 역사와 의미, 구조, 이론적 배경 등에 대해 기본부터 설명해주는 책이다. 비트코인의 위변조 여부와 중복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 비트코인의 단점을 해결하고 블록체인을 네트워크화한 이더리움이 생겨난 배경도 알기 쉽게 풀어준다. 코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토큰 생태계와 대체불가토큰(NFT), 디파이(De-fi) 등의 개념도 한 번씩 짚어준다. 코인별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암호화폐 산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길러주는 셈. 블록체인 전문업체인 박성준 앤드어스 대표,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비트코인 리포트 발간 이력이 있는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 등 암호화폐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했다는 점도 신뢰를 더하는 부분이다 .
최근 부동산값 상승으로 절망에 빠진 2030 세대가 최후의 수단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장기투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저 단기적 변동성만 보고 급등하는 코인에 생각없이 올라타는,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때 8000만원대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이들의 대박 꿈은 깨지고 쪽박의 두려움이 엄습해오고 있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투기를 벗어나 비트코인의 기본부터 다시 다지는 건 어떨까. 그 길을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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