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화마 덮친 쿠팡센터 붕괴 우려…실종 구조대장 수색 중단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명 구조 나섰던 구조대장, 끝까지 현장 남았다가 실종


17일 오후 7시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의 해당 건물에서는 검은색과 회색이 뒤섞인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인근 마을에서는 “지속해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창문을 닫아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건물에서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취재진과 소방 관계자도 자리를 옮겨야 했다. 물류센터 근처에 사는 50대 주민 A씨는 “오전에만 해도 불길을 다 잡았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저렇게 큰 연기가 피어오르니 불안해서 집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화재 진행되면 건물 붕괴 우려”



중앙일보

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채혜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후 9시 현재 최초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16시간이 지났지만, 건물을 뒤덮은 시뻘건 화염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불길은 물류센터 전체로 번졌다. 건물 내부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들도 전부 대피한 상태다. 소방 관계자는 “물류센터 규모가 워낙 크고, 건물 안에 택배 박스 등 불에 타기 쉬운 물건들이 많아 화재 진압이 어렵다. 내부 가연물이 워낙 많아 참담한 상황이 됐다”며 “화세가 강해 상황이 좋아지는 게 없고 더 악화할 거로 본다. 연소가 더 진행된다면 건물이 무너질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인명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1명이 건물 안에 갇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광주소방서 구조대장 김모(54) 소방경이 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실종됐다. 김 소방경은 동료 소방관 4명과 같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지하 2층에 들어갔다가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건물 붕괴 우려로 김 소방경에 대한 구조 작업을 멈춘 상태다. 소방 관계자는 “밤새 진화 작업이 이어질 것 같다. 날이 밝는 대로 상황을 본 뒤 건물 안전 진단을 한 다음 수색을 재개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소방경은 당시 잔불 정리 작업을 하며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했다. 구조대장은 화재 진압 시 현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고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게 원칙이라고 한다. 김 소방경은 대열 맨 뒤에 서서 끝까지 수색 작업을 했다.

함께 진입했던 소방관 4명 가운데 3명은 대피했다. 나머지 1명(구조팀장)은 탈진된 상태로 빠져나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천시 관계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소방관 1명은 현재 위중하다고 한다”며 “처음으로 간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다고 해 병원도 한 번 옮겼다”고 전했다.



“실종 소방관, 수색 중단”



중앙일보

17일 오후 7시쯤 소방 당국이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건물 잔해가 떨어지는 모습. 채혜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방 당국은 애초 김 소방경을 ‘고립’됐다고 설명했으나 ‘실종’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김 소방경의 종적을 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소방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김 소방경이 지하 2층 진입 당시 철제 선반에 있던 미상의 물체가 갑자기 쏟아지면서 화염과 연기가 발생해 김 소방경이 고립됐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산소통을 멘 소방관은 현장에서 최대 30분까지 버틸 수 있다. 갇히신 지 7시간이 넘었기 때문에 애가 탄다. 그렇지만 끝까지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하 2층에서 대피한 소방대원에 따르면 그곳은 연기 때문에 한치도 내다볼 수 없다고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취재진들이 불길을 지켜보고 있다. 채혜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화재는 오전 5시 20분쯤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발생 2시간 40여분 만인 오전 8시 19분쯤 큰 불길이 잡히면서 기세가 다소 누그러졌다. 그러나 오전 11시 50분쯤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았다.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불이 재확산한 이유에 대해 “지하 2층에 3단으로 쌓여진 선반 위에 있던 가연물들이 무너졌고, 묻혀 있던 잔불들이 무너진 가연물들로 급격하게 헤쳐지니까 연소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거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낮 12시 15분부터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압과 수색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작업에는 장비 139대, 소방 인력 416명이 동원됐다. 대응 2단계는 관할 소방서와 가까운 소방서 5~6곳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것이다.

불이 처음 났을 때 이곳에서는 직원 248명이 일하고 있었다. 직원은 모두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초 신고자는 지하 2층에서 일했던 직원이라고 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 발생 초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박수종 과장은 이날 오후 9시 브리핑에서 “스프링클러 오작동 신고가 계속 있어서 일부러 그 작동을 지연시켰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이 감식을 통해 스프링클러 미작동 여부를 밝혀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은 진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해 불이 일어난 원인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신선제품이 아닌 일반제품을 취급한다. 연면적 12만7178.58㎡ 규모로, 축구장(8250㎡) 15개 크기에 이른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 상품 배송에 어느 정도 차질이 예상되나 다른 센터에서 배송을 나눠 맡는 등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천=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