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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G7 정상회담

G7→NATO→한·미·일, 숨가쁜 북핵 공조…성 김 '바이든표 원칙론'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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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G7 정상회의, 나토 정상회의 등을 거치며 대북 제재와 비핵화를 강조하는 대북 원칙론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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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론’ 앞에 북·미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5개월이 지났지만 북·미 대화 조기 재개는커녕 제대로 된 소통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답답함도 가중하는 모양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임기 말 핵심 과제로 설정했지만, 구체적인 성과 없이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원칙에 입각한 견고한 대북 제재와 한반도 비핵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북한이 ‘외교적 접근’에 호응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런 외교적 관여의 목표는 비핵화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도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 없이는 대북 제재가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직·간접적 메시지를 보내왔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북한과의 열린 외교’는 무조건적인 대화가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라는 목표와 방법에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고 있는 셈이다.



한국 앞에선 '한반도 비핵화', 뒤에선 'C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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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엔 북한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문구와 함께 CVIA 표현,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엔 북한이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이는 'CVID' 표현이 사용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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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5개월간 국제 외교 무대에서 드러난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원칙은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13일 G7 정상회의를 통해 북한 비핵화와 관련 CVIA(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포기) 원칙을 회원국과 공유하고 공동성명에 담았다.

비핵화의 핵심인 검증과 불가역성을 명시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쓰지 않는 표현이다. 북한은 'CVI'에 극도로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뒤 나온 공동성명엔 더 강도 높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등장했다.

G7 정상회의에는 한국이 초청국으로 참석했고, 나토 정상회의는 회원국들만 참여해 한국은 빠졌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한국이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한 G7 정상회의에선 'CVIA'를 사용한 것은 한국을 고려해 쓰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 목표는 CVID라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특히 2019년 나토 정상회의 당시 공동성명엔 북한과 관련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공동성명에 담긴 CVID는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바이든 대통령의 '본심'이 담긴 표현이란 분석이 나온다.



성 김 방한, '대북 원칙론' 재확인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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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오는 19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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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24일 방한하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전통적 원칙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17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성 김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역시 한국을 방문해 한·미·일 및 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나선다.

이번 한·미·일 협의 과정에선 북한 비핵화 목표를 CVIA나 CVID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로 명시할 가능성이 높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에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혼용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만한 용어를 통일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미 간 공식 표현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성 김 대표 역시 대북 공조 차원의 방한 일정인 만큼 한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충분히 존중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묵묵부답 北, 내치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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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부터 전원회의를 열며 내치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는 전혀 무관심한 듯한 모습이다. 자칫 북미 간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역시 계속된 답보 상태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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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나토, 한·미·일 등 국제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비핵화를 압박하는 데 대한 고심이 깊어진 듯 북한은 침묵만 지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완성된 새 대북정책을 전달했지만, 북한은 ‘잘 접수했다’는 반응 외에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태다.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등을 통한 대화 시도에도 묵묵부답이다.

사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인데, 현재로선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북·미 상호 간 요구조건이 충돌하며 양측 모두 상대의 양보를 바라고 있지만 그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 대치 국면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최근 한국은 물론 미국을 상대로 한 ‘말 폭탄’을 자제하며 내치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부터 이틀째 노동당 전원회의를 개최 중인데, 아직은 대내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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