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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뉴스편집권 폐지"에 네이버·카카오 당혹 ..."사회적 합의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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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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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의 뉴스 편집권 폐지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 이용자 선택권 강화라는 명분과 달리 미디어 다양성이 훼손돼 국민의 알권리와 편의가 되레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털 길들이기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는 17일 송영길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1차 보고회의를 열어 포털사이트 뉴스 편집권 폐지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언론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를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특위는 포털 메인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고 네이버나 구글처럼 검색창만 남겨 구독자가 선택한 언론사의 뉴스만 제공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포털이 사실상의 언론사로서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는 만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임의로 뉴스를 배치하거나 편집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도 지난 15일 비슷한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미디어특위 위원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은 포털이 알고리즘을 내세워 자체적으로 기사를 배열하고 편집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용자가 기사를 검색할 경우와 언론사가 자체 배열한 기사를 제공할 경우에만 포털에서 뉴스를 볼 수 있다. 자동 추천, 많이 본 기사 등의 편집 서비스는 완전히 사라진다.


"포털 뉴스 편집 제한 합의"에 "사실과 달라" 포털업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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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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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업계에선 당혹감이 강하게 감지된다. 김승원 미디어특위 부위원장은 이날 네이버의 경우 민주당의 정책 방향에 사실상 동의했고 카카오 내부 논의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네이버와 포털은 뉴스 편집권 폐지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털 뉴스의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알고리즘 공개와 검증에 대해 협조적 입장을 취하고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편집권 자체를 박탈하는 논의가 이뤄져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네이버는 앞서 뉴스 알고리즘인 '에어스'(AiRS) 배열 원리 등을 전문가들에게 공개적으로 검증받는 검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고, 카카오도 지난달 27일 국회 공청회에서 알고리즘 공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도 구독 형태로 점차 바꿔나가는 과정인데 너무 급진적인 규제가 이용자는 물론 언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털 뉴스 서비스를 완전 구독 형태로 돌릴 경우 거대 언론사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정 규모 이상 구독자를 확보하지 못한 군소 언론사의 기사가 자연스럽게 밀려나 언론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구독한 언론사 이외의 다른 매체 뉴스를 접하지 못하는 편향적 소비가 일상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유튜브의 '확증적 편향'이나 '반향실(메아리방) 효과'와 유사한 현상이다.


대선 앞두고 '편집권 박탈'?…전문가들 "국민 편익 무시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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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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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시비는 여야를 불문하고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네이버 본사 항의방문이 이뤄졌고,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포털 알고리즘을 두고 정치권에서 뒷말이 많았다.

포털 뉴스 배열의 투명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엔 이견이 많지 않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포털을 이용해 뉴스를 소비하는 국민의 비율은 76%에 달한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수치는 4%에 불과하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에 의한 편집이 사라지면 뉴스의 다원성에 있어서 제약이 생겨날 수도 있다"면서도 "국민이 원하는지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이 크고 알고리즘 뒤에 숨어 있다는 지적은 맞지만 (편집권 박탈은) 국민의 편의성을 싸그리 무시하는 것"이라며 "편집 기능을 빼앗기 보다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매년 포털 권력을 검증하는 형태의 규제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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