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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 구인난에 신음…맨해튼 일자리 넘쳐도 “일하느니 실업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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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에 있는 유통체인 TJ맥스(TJ Maxx)는 최근 계산대마다 ‘일할 사람을 뽑는다’는 큼지막한 채용 광고를 붙여놨다. 센트럴파크 인근 또 다른 TJ맥스 매장은 아예 별도 공간을 마련해 채용 전단지를 비치해뒀다. TJ맥스 관계자는 “워낙 일손이 부족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섰지만 제대로 충원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맨해튼 웨스트47가(街)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은 입구에 “We're Hiring(채용 중)”이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뉴욕 지역 스타벅스는 6월부터 실내 테이블 영업까지 재개하면서 최근 일손이 달리고 있다. 특히 문을 닫았던 스타벅스 매장까지 다시 영업을 재개하면서 대대적인 채용에 나섰다.

웨스트38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길목의 유명 베이커리 체인 ‘메종카이저’는 지난 1년여간 방치돼 있다 최근에야 간판을 바꿔 달았다. 유리창에는 한때 경쟁업체였던 ‘르팽코티디앵’으로 매장이 재탄생한다는 공지와 함께 직원 채용 공고가 붙어 있다.

요즘 맨해튼 거리에서 이런 채용 공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본격적인 경제활동이 재개되며 서비스업 구인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실질적인 최저임금도 시간당 1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에서 임금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모습이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일자리만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헤지펀드 매니저를 비롯, 고액 연봉을 받는 업계 역시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대규모 돈 풀기 여파 임금 인플레 시작

주 600달러 실업수당, 일터 복귀 지연

월가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A씨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돈을 풀다 보니 과거와 달리 자금을 굴릴 사람이 부족해졌다”며 “헤드헌터로부터 좋은 조건에 이직하라는 연락이 자주 온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펀드에 돈을 대주는 투자자가 절대 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굴려달라는 투자자가 넘치기 때문에 펀드 매니저들이 투자자를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백신 보급 확대로 미국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인력 수요가 늘어나자 미국 고용에서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빚어지고 있다.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4월 구인 건수는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인 930만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실제 고용 건수는 610만건에 그쳐, 구인과 구직 격차는 역대 최고치인 320만건으로 벌어졌다. 지난 5월 미국 실업률은 팬데믹 이후 최저치인 5.8%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14.8%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극적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실업자는 2200만명이 증가했으나 이 가운데 1430만명은 일터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는 930만명의 실업자가 있다. 이렇게 실업자가 많은데 왜 현장에서는 구인난을 겪는 것일까.

주당 600~800달러에 달하는 실업수당이 매우 큰 원인 중 하나다. 시간당 15달러를 받고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해도 수입은 600달러인데 실업수당이 이보다 크기 때문이다. 실업수당이 노동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커지자 미국 주 절반 이상이 일주일당 최대 300달러인 연방정부 지원금을 폐지했다.

학교가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점 역시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뉴저지주의 경우 아직 대부분의 공립학교가 오전 수업만 하고 있다. 자녀를 봐줄 보모조차 구하기 힘든 부모는 출근해야 하는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제 회복기에도 예상치 못한 현상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lif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3호 (2021.06.16~2021.06.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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