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마스크 쓰다 보니 입 냄새 느껴요"… 혹시 구취 공포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구취는 스스로 느끼기보다는 타인에 의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로 원래 구취가 없었던 사람들이 구취를 느끼거나, 더 강하게 자주 느끼기도 한다. 마스크를 끼면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구취의 주요 원인인 휘발성황화합물을 만들어내는 혐기성 세균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 입과 코를 통한 외부 공기의 흐름이 제한되기 때문에 공기가 마스크 내에만 고이게 되는데, 구호흡을 유발해 더욱 입안을 건조하게 하고 혐기성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이연희(사진) 교수는 “마스크 착용 시 입안 구강위생을 더욱 청결히 하는 것이 외부 공기의 흐름이 제한된 조건에서 혐기성 세균의 번식을 막아주고 구취 발생을 줄일 수 있는 핵심”이라며 “마스크 자체의 위생도 중요한데 호흡 시 입안의 냄새가 마스크에 스미거나 구강세균이 마스크 안쪽 면에서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1일 1마스크를 적극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그러나 구취를 호소하는 환자의 약 30%는 객관적 진단 시 구취의 징후나 관련 질환을 찾아볼 수 없다. 즉 입 냄새가 거의 또는 전혀 없더라도 자신의 구취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구취공포증이라고 하는데 강박적인 구강 세정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연희 교수는 “구취를 본인 스스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손목을 핥고 건조시킨 다음 냄새를 맡아보는 것으로 침이 뭍은 손목에 악취가 나면 구취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는 황화수소, 메틸머캅탄, 디메틸 황화물, 구취를 발생시키는 주요한 세 가지 휘발성 황화합물의 수준을 측정해 구취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구취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많은 사람들은 치아와 잇몸 사이에 남아 있는 음식 찌꺼기나 염증에서 비롯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구취의 대부분은 혀에서 나온다. 구취가 있을 때 혀를 내밀고 거울을 보면 혓바닥 안쪽이 하얗거나 누런 설태가 끼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연희 교수는 “백태는 음식 찌꺼기를 이용해 구강 내 세균이 증식한 것으로 악취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규칙적인 양치질과 함께 부드러운 혀 닦기를 병행하면 구취 및 설태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구취는 나쁜 구강위생 외에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구강 내 원인은 85~90%, 구강 외 원인은 10~15% 정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취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청결한 구강위생 유지다. 적어도 하루에 두 번, 가급적이면 매 식사 후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세균과 음식 찌꺼기, 죽은 세포들은 일반적으로 혀에 축적되며, 특히 흡연자 또는 특히 구강 건조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혀에 축적된다. 혀 스크레이퍼가 때때로 유용할 수 있다. 치실의 사용은 치아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와 플라그(미생물들이 형성한 바이오필름)가 쌓이는 것을 방지해준다.

이 교수는 “만성적인 구취를 앓고 있다면, 가장 먼저 치과 전문의를 만나 구강 내 원인을 살펴보는 등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장기간에 걸친 구취는 호흡기, 신장 등의 관련 질환, 여러 가지 약물 복용, 혹은 타액 분비가 줄어들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