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 AZ 맞은 30대 부작용으로 사망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시 관악구보건소에서 보건소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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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30대 남성이 혈소판감소성 혈전증(희귀혈전증ㆍTTS)으로 사망했다.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첫 사망이다. 이에 백신 접종 연령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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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백신 접종 30대男, 희귀혈전증으로 사망
16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두 번째 희귀혈전증 확정 사례자였던 30대 남성 A씨가 이날 14시 10분쯤 사망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 잔여 백신 예약을 통해 AZ 백신을 접종했고 9일 후인 이달 5일부터 심한 두통과 구토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증상 완화를 위해 약 처방을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이달 8일 상급병원을 찾았다. 그는 15일 TTS 확인을 위한 항체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하루 뒤 사망했다. 방역당국은 “아직 A씨에게서 확인된 기저질환은 없다”며 “피해조사반 최종 심의가 필요하지만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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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이미 논란 있었는데…접종 연령 올렸어야
지난달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접종할 백신을 전용 주사기로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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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혈전증으로 인한 첫 사망사례가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0시 기준 AZ백신을 1차 접종한 30대는 45만8246명이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AZ 백신 접종과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발생의 연관성이 있다며 ‘매우 드문 부작용 사례’로 안내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일부 유럽 국가는 이를 계기로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거나 60세 이상에게만 접종을 하는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0~60세 전후로 접종 연령을 제한해야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심지어 영국에서도 연령 기준을 올렸다”고 말했다. AZ 백신 종주국으로 한국과 같이 만 30세 이상에게 접종을 권고하던 영국의 백신접종면역공동위원회(JCVI)는 지난달 9일 18~39세 성인은 AZ 백신을 접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국내외 희귀혈전증 발생 사례는 100만명당 ▶영국 9.5건, ▶유럽 10건인데 반해 한국은 0.3건 수준이다. 이 때문에 외국에 비해 위험성이 간과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은 사망률이 많이 줄어 감염으로 인한 위험이 떨어졌기 때문에 다시 연령별 득실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적어도 50세 미만에 접종을 권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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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센은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의료기관이 백신 접종자 및 내원객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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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상한에 대한 논의는 AZ뿐 아니라 얀센 백신까지 확대될 수 있다. 두 백신 모두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돼 희귀혈전 문제가 보고되고 있어서다. 지난 4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자국 내 얀센 백신 접종자 일부에게서 희귀혈전증이 발생하자 접종을 중단했다가 열흘 만에 재개했다. 미국 정부는 나이 제한은 두지 않았지만 50세 미만 여성에게서 희귀혈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문구를 달았다. 한국에서는 AZ 백신과 같이 만30세 이상에게만 접종이 허용된다.
마상혁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애초에 젊은 사람들에게 이상반응이 많다는 것은 여러 차례 보고된 내용인데 안타깝다”며 “AZ와 얀센 백신 모두 접종 연령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이상반응에 대한 조사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접종 후 TTS 의심증상이 나타난 경우 즉시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고 해당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은 신속하게 이상 반응 신고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TTS 의심증상은 ▶접종 후 4주 내 호흡곤란, 흉통, 지속적인 복부 통증, 팔다리가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경우 ▶접종 후 심한 또는 2일 이상의 지속적인 두통이 발생하며, 진통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조절되지 않는 경우 또는 구토를 동반하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 ▶접종 후 접종부위가 아닌 곳에서 멍이나 출혈이 생긴 경우이다.
TTS를 조기 발견, 정확한 치료법을 적용하는게 중요하다. 방역당국은 이 경우 TTS의 치사율은 낮다고 주장한다. 초창기 의료진은 혈소판 감소 증상을 보인 환자에게 혈소판 증가를 위해 헤파린이나 혈소판을 수혈했다. 그러나 이 같은 치료법은 오히려 사망 위험을 높였다. 5월에야 TTS 환자에게는 항응고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사실이 공유됐다. 영국에서도 초창기에는 AZ 백신을 맞은 TTS 환자의 치사율이 20%였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은 경우는 10%까지 떨어졌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발견을 언제 하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가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증상이 있을 시 바로 의료기관에 갈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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