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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연녀 허락받고 집 들어가도 주거침입” VS “간통죄 폐지돼 우회적으로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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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침입죄 놓고 대법원 공개변론

세계일보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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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의 허락을 받고 내연녀 집에 들어갔더라도, 내연녀 남편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당신이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이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법원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는데,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검찰은 다른 거주자의 주거 평온도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피고인 측은 간통죄가 폐지돼 처벌이 안 되니 주거침입죄를 통해 우회적으로 피고인을 처벌하려는 것이라고 맞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주거침입죄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진행된 사건의 쟁점은 거주자 중 1명의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되는지 여부였다. 피고인인 A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B씨 집에 세 차례 들어가 B씨와 부정한 행위를 했는데, B씨 남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집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1심은 주거침입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주거침입 행위를 △범죄 목적으로 들어가거나 범죄 목적을 수반하는 경우 △범죄는 아니지만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그 외의 경우 크게 3가지로 유형화한 뒤, 앞의 두 유형은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사례는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고 봤다.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불륜이 범죄 행위에선 제외됐지만, 여전히 민사상 불법행위로 볼 수는 있어서다.

검찰은 “피해자(B씨 남편)의 추정적 승낙을 기대하지 못함은 물론, 명시적 반대 의사가 명백하게 예상되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공동거주자끼리 제3자 출입에 대한 의견 대립이 있을 때 이를 국가가 처리하는 건 형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만약 주거지에 현존하는 아내의 승낙이 있는데도 현장에 없었던 남편의 의사에 반했다고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면 현존하는 거주자보다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가 우선시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간통죄가 폐지된 현 시점에서 이런 행위를 범죄를 위한 전 단계로 볼 수 없다”며 “간통죄 처벌을 하지 않으면서 주거침입으로 처벌하는 건 행위에 걸맞지 않는 처벌을 하는 것이고 우회적으로 간통죄를 처벌하는 것과 같다”고도 역설했다.

양측의 요지 변론이 있은 후 대법관들은 돌아가며 검사와 변호사, 참고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날 참고인으로는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피고인 측)와 김재현 오산대학교 경찰행정과 교수(검찰 측)가 출석했다. 대법관들은 양측 논리에 여러 의문을 제기하며 질문을 던졌다.

질의 중간 김재형 대법관은 “사람들이 살면서 공동 주거자의 집에 가면서 (모든) 공동 주거자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하지도 않고, 누군가 한 사람이 오라고 하면 가고 오지 말라고 하면 가지 않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고 이게 일반적인 생활세계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변호인은 이에 대해 “이 사건 피고인이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보면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지 주거침입인지는 인식하지 못했다”며 “들어오라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들어간 사람만 처벌하는 게 사실 부당한 측면이 상당히 많지 않나”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이 사안에서 볼 때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 그 주거에 승낙을 허락한 사람만 아니라 그 배우자가 같이 사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며 “그런 경우에 저 주거지에 들어가서 행동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는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통념이고 법감정”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변론을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린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사건이라 선고가 나오기까진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법원은 함께 거주하던 사람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한 공개변론도 함께 진행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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