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법인카드로 전통주 구입…"최종 수혜자는 이상직"
"증거·정황상 거짓응답 권유·유도, 이상직이 몰랐을 리 없다"
이상직 의원 |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국민의 진정한 대표자를 뽑는 선거제도 근간을 뒤흔들었다."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16일 이 의원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그의 죄상을 낱낱이 밝혔다.
이 의원의 공직선거법 5가지 혐의 중 주요 내용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 선거구민에게 선물을 뿌린 기부행위,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권리 당원들에게 중복 투표를 지사한 이른바 '거짓응답 권유·유도' 행위다.
검찰 수사의 핵심도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이 의원과 공범들 사이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의원의 기부행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혐의는 이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 시절인 2019년 1∼9월 3차례에 걸쳐 전통주와 책자 2천600여만원 상당을 선거구민 377명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가 전통주를 택배로 보낼 당시 발송인이 '이상직'이었고 비용도 이상직 피고인이 창업주인 이스타항공 법인카드 등으로 지급했다"며 "전통주를 받은 이들은 (택배를 발송한)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와 무관하고 (대부분) 이상직 피고인과 관련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선거캠프 관계자 행위의 최종 수혜자로 이 의원을 지목, 둘을 공범으로 판단한 셈이다.
이 의원은 재판 내내 "기부행위에 가담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112조 및 제113조를 들어 선거에 미칠 영향이 적은 이들에게 선물을 발송한 점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이상직 의원. |
강 부장판사는 이 의원의 두 번째 주요 혐의인 '거짓응답 권유·유도'도 유죄로 봤다.
이는 이 의원이 시의원 등과 공모해 민주당 내 경선 과정에서 일반 시민 대상 여론조사에 권리 당원들이 중복 참여하도록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한 혐의다.
재판부는 이 혐의를 "전체 공소사실 중 가장 중요하다"고 표현하며 면밀히 살폈다.
이 의원은 이 혐의에 대해서도 "공모하거나 가담한 적 없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으며 나머지 피고인들도 "(이상직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저지른 일탈 행위"라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강 부장판사는 "거짓응답 권유·유도를 지시한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이상직 피고인도 있었다"며 "피고인이 이 단체대화방에 글을 올릴 시점에 바로 위에 게시된 거짓응답 권유·유도 지시 내용을 당연히 읽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수많은 지시 내용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이는 정치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체결, 1단계 권리당원 명단 확보부터 5단계 거짓응답 권유까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수립한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재판부는 지난해 개정된 공직선거법을 들어 이 의원이 종교 시설 내에서 지지를 호소한 혐의,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런 사정을 종합해 이 의원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범행을 공모한 시의원들에게는 벌금 200만원∼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거캠프 관계자들에게는 벌금 100만원∼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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