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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서울 시내 노숙인 백신접종 29.7%…정보접근성 현저히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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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 16일 실태조사 발표…"사후관리 어렵고 정보 부족"

"방역당국 코로나 지침 '거리'에선 불가…공간·정보 제공해야"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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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이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백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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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10일 만에 접종인구가 1300만을 돌파했지만, 코로나19 취약계층인 노숙인들은 백신 접종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는 "당국이 노숙인 지원기관의 접근성을 높이고 충분한 정보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홈리스행동은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반기 (백신)접종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며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백신접종이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다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홈리스행동은 지난달 13~26일 서울역과 용산역, 시청역, 광화문역 등 노숙인 밀집지역에서 홈리스 101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중 70.3%(71명)은 1차 접종을 받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는 조사 완료시점인 지난달 27일 기준 질병관리청이 밝힌 '코로나19 취약시설' 접종 대상자의 1차 접종률(86.3%)과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결과다.

백신을 맞지 않은 응답자 43.7%(31명)는 백신접종을 하지 않거나 못한 이유로 '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복수응답 가능)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백신 예방접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서'(33.8%·24명)라는 답이 많았다.

홈리스행동은 실시간 잔여백신 신청 등 백신 관련 서비스가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들어 '인증 수단'이 없는 홈리스들은 정보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는 이들은 67.3%,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가진 인원은 10.9%에 불과했다. 본인 명의라 해도 스마트폰이 아닌 '2G 폰' 등 일반 휴대전화를 보유한 경우도 8.9%로 파악됐다.

홈리스행동은 "여기서 핵심은 본인인증 수단의 부재란 곧 비대면서비스 이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라며 "백신접종 예약이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연락처가 없을 시 예약은 물론 접종 관련 안내조차 받기 어렵다. 현 상황에서 거리홈리스가 개별적으로 백신접종을 하거나 백신 및 백신접종에 관한 정보를 개인적으로 수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내 자치구들도 노숙인 접종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홈리스행동 측은 각 구의 보건소들에 문의한 결과, '노숙인 관련 구체적 접종일자나 계획이 나온 것이 전혀 없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분들을 어떻게 (대상자 명단에) 등록해야 하는지 지침이 없어 시작을 못하고 있다' 등의 답변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21일부터 노숙인 대상 백신접종을 시작한 서울시는 현재 미접종자에 대한 추가 접종계획이 딱히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문의가 들어올 경우 잔여백신을 신청하라고 안내하거나 연령대별 접종시기에 맞춘 접종을 권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주장욱 활동가는 "백신접종의 주체인 노숙인 지원기관과 보건소는 서로 다른 접종계획을 갖고 있다. 관내 노숙인 지원기관이 없으면 (보건소가) 아무런 계획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처가 불안정한 데다 정보 접근성도 낮아 백신에 대한 접근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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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서울 시내 노숙인들의 요구. 홈리스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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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이 정보를 얻는 통로인 지원기관 이용을 위해서는 코로나19 검사가 필수라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응답자의 72.3%는 지난 2~5월 서울시 노숙인 지원기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 중 83.6%는 실제로 "코로나19 검사를 정기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토로했다.

설문대상자의 8할 이상(84.2%)는 '노숙인 거주 및 이용시설' 입소·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숙인 지원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 관계자를 통해 접종 관련 안내를 받은 비율은 66.3%로 이보다 다소 낮았다. 홈리스행동은 "실태조사의 주 지역이 거리상담 활동이 활발한 홈리스 밀집지역이었음을 감안할 때 비(非)밀집지역의 정보제약은 더 클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방역당국의 백신 관련 지침이 모두 '집'으로 귀결된다는 점도 비판했다.

홈리스행동은 "코로나19 예방접종과 관련한 정부의 한 홍보자료는 접종 후 '가급적 바로 귀가하여 무리하지 않'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흔하게 나타나는' 이상반응 발생 시 '통증 부위에 깨끗한 수건 등으로 냉찜질', '미열이 있는 경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쉴 것' 등을 설명한다"며 "물론 이 모두는 '거리'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노숙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휴식공간과 상세한 안내가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9.7%는 향후 백신 접종 시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을, 27.7%는 '접종 후 휴식을 취할 장소가 없는 것'을 지목했다. 또 절반에 가까운 46.5%는 안전한 접종을 위해 '접종 후 상당기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숙인 김모씨는 "백신 접종보다 코로나19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지는 게 먼저다. 홈리스가 접종하기 전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며 "응급대피소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간은 감염되기 쉽고, 고시원처럼 혼자 쉴 수 있는 곳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홈리스행동은 "거리홈리스가 백신접종 여부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보건 전문가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도록 하고 백신접종에 관한 적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며 "백신접종과 주거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상반응 발생 시 곧바로 인근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리홈리스의 현실을 고려해 별도의 접종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 정부의 취약시설 대상 예방접종은 접종 장소·방법·접종 후 관리 등 전반적인 계획 상 시설중심성에 입각해 있다"며 "미국의 경우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차원에서 이동식 접종, 홈리스 밀집장소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홍보전략 등의 별도 지침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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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홈리스행동 주장욱 활동가가 노숙인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주거지원 등을 제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백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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