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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일자리 최대 30만개 감소한다고?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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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변 자료 ‘최저임금 협상 시즌’에 봇물…여론전 점화

용역보고서 “인상되면 소상공인 위축…속도 조절”

전문가들 “제시한 수치들 모호…큰 의미 없어” 일축

[경향신문]

경향신문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최대 30만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노동 수요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된 2018~2019년 고용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최저임금 협상 시즌에 돌입하며 여론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를 보면, 현재 시급 8720원인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14.7% 올리면 12만5000~30만4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018~2019년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적용해 추정한 결과 최저임금을 5%(9156원) 인상하면 4만3000~10만4000개, 10%(9592원) 올리면 8만5000~20만7000개 일자리가 줄 것으로 전망됐다. 최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도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 872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는 55만2000개, 국내총생산(GDP)은 73조2000억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연구원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등을 근거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년(16.4%)과 2019년(10.9%), 임금노동자는 각각 0.2~0.7%, 1.3~2.6%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9년 고용률이 66.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주장도 있다.

추정치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협상 시즌에 돌입하면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논문이나 보고서가 쏟아진다”며 “제시한 숫자들이 맞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연구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자리 몇개가 감소한다’는 주장이 너무 많고 모호한 측면이 많아 학술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고용원을 둘 형편이 되지 않는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충격은 진보학계에서도 우려한다.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인 청년, 저숙련 노동자, 실업자 등이 충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 등 진보 성향 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은 수준뿐 아니라 속도도 중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소득 1~2분위의 근로소득이 5.2~6.1%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 일자리 숫자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최저임금제가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인 만큼 노동의 생산성과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차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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