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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로봇이 온다

계단 척척 오르는 휠체어…'사람 위한 로봇'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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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15일 다양한 로봇 기술 공개 눈길

아시아경제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 중인 로보틱휠체어. 사진제공=한국기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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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5일 오전 대전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의 한 실험동. 살이 많은 둥근 궤도 모양의 바퀴가 계단을 만나자 갑자기 모양이 변하면서 무게 중심을 흐뜨러트리지 않은 채 계단을 뭉개듯 타고 올라갔다. 센서가 앞에 놓인 장애물의 각도 등을 체크해 바퀴 살을 조절하면서 마치 물방울처럼 모양을 변화시켜 장애물을 헤쳐나간 것이다.


아직 기초단계지만 기계연이 개발 중인 로보틱 휠체어의 시연이다. 이 휠체어는 장애인이 탑승한 채 어떤 기구ㆍ사람의 보조도 없이 바윗돌이나 계단 등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 중이다. 기계연 관계자는 "표면장력의 원리를 이용해 바퀴의 모양을 변화시켜 무게 중심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의 안전한 탑승이 가능하고, 장애물을 지나가면 다시 바퀴가 팽팽해져 제 모양을 유지한다"면서 "3~4년 이내 상용화시켜 장애인들에게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계연은 이날 '사회적 가치 실현', 비대면 서비스 등을 위한 로봇 기술을 대거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가장 먼저 공개된 게 발목형ㆍ무릎형 로봇 의족 시스템이다. 기계연은 이미 지난해 사용자의 몸 무게와 관절ㆍ근육의 움직임을 고려해 자유로운 보행과 동작을 가능하게 해주는 발목형 의족을 개발해 국가유공자 등에게 보급하고 있다. 또 이날 처음 공개된 무릎형 로봇 의족은 올 하반기 임상 실험을 마치고 내년부터 보급할 예정인데, 체중만 버티던 기존 제품들과 달리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앞으로 또는 뒤로 걷거나 앉으려고 할때 자연스럽게 체중을 받쳐 주도록 설계됐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7000만~1억원 가까이 가는 해외 상품들과 달리 2000만원 가량의 싼 가격이었다. 기계연은 국가보훈처 등과 협력해 이들 제품들이 국가 보조 등을 통해 국가유공자 등 장애인들이 부담없이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노력 중이다.


다양한 손 동작이 가능하고 가격도 외국에 비해 저럼한 로봇 의수도 관심을 끌었다. 손가락 굴곡이 쥐는 물건에 따라 자유롭게 변하고 사용자의 근육 신호를 측정해 원하는 동작을 할 수 있다. 모터 숫자도 줄이고 최대한 경량화해 가격도 최소화했다. 연구팀은 근육신호를 측정해 사용자의 동작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는데, 약 90%이상의 정확도를 갖고 있다. 로봇 의수는 2025년까지 상용화될 예정이다.


1g 정도의 가벼운 옷감으로도 1500배, 즉 1.5kg을 들 수 있는 웨어러블 근육도 공개됐다. 스타킹 같은 짧은 인공 섬유에 전기 신호를 넣으니 탄력이 생기면서 수축되고 덩달아 매달려 있던 무거운 추가 들어 올려졌다. 마네킹에 입혀진 웨어러블 근육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근육에 힘이 없는 노인ㆍ장애인들의 행동을 보조하는 데 적절해 보였다. 기계연 관계자는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추가해 적용하면 더 편리한 웨어러블 근육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검체를 원격 채취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 직전이다. 현장에 설치된 로봇 앞에 검사 대상자가 얼굴을 들이대면 멀리 있는 의사가 카메라로 얼굴을 지켜 보면서 원격 조정장치를 통해 코에 검사봉을 집어 넣어 검체를 채취한 다음 수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원양 어선이나 오지, 섬 등 의료진이 가기 힘들거나 심각한 오염 지역을 대상으로 신속히 검사를 진행해야 할 때 적합한 시스템이란게 기계연의 설명이었다.


기존 가격의 5분의1에 살 수 있는 저렴한 위성항법시스템을 활용한 자율주행 트랙터는 고령화시대 농촌의 일손을 덜 수 있도록 혼자서 논ㆍ밭을 갈고 작물을 수확할 수 있도록 제작 중이었다. 직진 주행 오차가 10cm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한 주행이 가능해 농작물 관리 및 영농에 적절하다는 평가다. 두부, 달걀에서 닭까지 어떤 물건이든 자연스럽게 잡아 냄비에 물을 넣고 가스렌지에 불까지 켜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만능 그리퍼 로봇도 소개됐다. 또 코끼리의 코를 흉내내 드라이버 등 특이한 표면 모양을 가진 물건도 척척 잡아내고 인간의 손과 똑같이 가위질을 척척해 내는 핸드로봇도 이날 공개돼 관심을 끓었다.


박상진 기계연 원장은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위한 따뜻한 로봇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면서 "지난 4월 혁신로봇센터를 설치해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미래 로봇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 개발 역량을 결집하고 체계적인 기술 개발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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