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당국자 "일, 한국군 동해영토 수호훈련 이유로 응하지 않아"
일 "일방적 주장에 지극히 유감"…회담 무산 두고 진실 공방
확대회의 참석한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김동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당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지만, 일본이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국 정부가 밝혔다.
그러나 일본이 이를 바로 부인하면서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를 두고 양국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14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한일 외교 당국은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두 차례 잠시 인사를 나눴을 뿐 약식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국자는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영국, EU(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참가국 정상과 별도로 양자회담을 개최한 것도 큰 외교적 성과였다"며 "그러나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측은 처음부터 열린 자세로 일본 측의 호응을 기대했다"며 "그러나 일본 측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이유로 당초 실무차원에서 잠정 합의했던 약식회담마저 끝내 응해 오지 않은 것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측이 회담 취소 사유로 밝힌 한국군의 동해영토 수호훈련은 '독도방어훈련'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해군과 해경 함정 및 항공기 등을 동원해 1986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진행되며 올해 상반기 훈련은 15일 실시된다.
일본은 한국이 독도방어훈련을 할 때마다 반발해왔지만, 이를 이유로 당초 합의한 정상회담까지 취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 도쿄올림픽 지도와 자위대 홍보 영상에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기한 것을 두고 최근 한일 갈등이 부각되고는 있지만, 늘 있어 온 독도 문제를 이유로 정상 간 외교 대화마저 중단하는 것은 비상식적 처사로 여겨진다.
외교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인 스가 총리가 국내 정치적 고려로 한국과 대화보다는 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독도방어훈련 '동해영토수호훈련' (PG) |
일본 정부는 회담 무산에 대한 한국 측 설명을 반박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사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지극히 유감"이라며 "즉시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가 총리 일정 등의 사정으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치적 배경은 없고 일정상 어려웠다는 설명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본은 그간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변화를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왔는데, 이와 관계없이 약식 회담을 하기로 했다가 '독도 훈련' 계획을 뒤늦게 알고 막판에 틀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내막이야 어찌됐든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 계기 마련을 위해 추진했던 정상회담이 오히려 또 다른 갈등 소재가 될 조짐을 보이면서 양국 간 돌파구 마련은 물론 정상적인 외교 대화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정부는 두 정상 간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일본이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과 배석자가 제한되는 약식회담 성격상 갈등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9월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첫 회담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회담을 통해 한국 정부의 확실한 문제 해결 의지를 전달하고, 정상 간 유대감을 형성하면 향후 외교 당국 간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힘이 될 수 있다.
이런 기대가 물거품이 되면서 골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민감한 정상외교의 '속살'까지 공개되는 상황으로 미뤄볼 때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기대됐던 화해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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