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정신문 꼭 하거나 피고인 변론 절차 없이 바로 판결해야"
재판부 "박근혜도 불출석 상태에서 항소심 공판 진행"
2020년 11월 30일 1심에서 유죄 판결 받고 돌아가는 전두환 |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재판이 두 차례 연기 끝에 14일 열렸다.
형사 사건 피고인은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하지만 전씨는 이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궐석재판을 하기로 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1시 56분부터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전씨 측은 법리상 불출석한 상태에서 항소심 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0일 첫 공판기일과 연기된 날짜인 지난달 24일 모두 불출석했다.
지난달 24일 재판의 경우 법원의 실수로 재판 전 출석을 통지하는 소환장 송달을 제때 하지 않아 전씨의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365조 2항에 따르면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2회 연속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진술없이 판결할 수 있다.
재판부는 전씨가 이날도 법정에 나오지 않자 방어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피고인 없이 궐석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형소법 조항에 따르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는 것이지,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며 즉시 판결하거나 피고인 인정신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전 대통령인 박근혜도 출석하지 않고 항소심을 진행했다"며 "특별하게 검토하겠지만 오늘은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재판은 주심 판사가 코로나19 음성이 나왔지만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양측 항소 요지와 입증 계획 등만 밝히고 2시간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전두환 형사재판 불출석(CG) |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법리 오해,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며 관할 위반에 대한 주장도 또 다시 펼쳤다.
정 변호사는 고(故) 조비오 신부가 5·18 당시 불로천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것을 놓고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점이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다루는 사건인 만큼 1980년 5월 21일 불로교 헬기사격 여부에 집중해 증거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심 판결에 대해 직접 증거는 얼마 없고 진술 증거 중 조 신부의 목격담과 일치하지 않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많으며 정황 증거 역시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쪽에 가까운데 인정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전씨가 회고록에 헬기 사격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고 5·18 전체 기간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취지로 서술하며 조 신부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 등 군 기록을 근거로 5월 21일, 5월 27일 모두 동일한 헬기 사격 작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목격자 진술, 1995년 검찰 조사에서 헬기 사격을 지향하는 군인 진술이 있었던 점 등도 덧붙였다.
검찰은 "전씨는 1997년 5·18 내란 살인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후 5·18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고 회고록에서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고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전씨 변호인이 전체 재판 중 3분의 2의 달하는 시간(96분) 동안 항소이유를 설명하면서 검사와 재판부의 항의, 제재 발언이 잇따르기도 했다.
조 신부의 유족인 조영대 신부와 피해자 법률 대리인인 김정호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법무법인 이우스)은 이날 재판 진행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전 지부장은 "국민들이 보기에 전두환 재판이 공정·형평·정의에 부합하는지 의심을 해소하는 재판이 되길 바란다"며 공정한 소송 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7월 5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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