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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사고 '자판기 빌딩'서 찾아간다"…불신의 벽 높은 美 중고차 매매 판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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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인더스트리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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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 북동부에 있는 카바나 차량 센터 모습. 투명한 타워가 카바나 밴딩머신이다. [필라델피아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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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노던 리버티스 지역에 있는 카바나(Carvana) 차량 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카바나 밴딩머신(자동판매기)'에 중고차를 보관하며, 구매자가 오면 차를 인도하는 곳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뉴욕 일대에는 아직 카바나 밴딩머신이 없어 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 이곳을 찾았다. 2012년 설립된 카바나는 중고차 비대면 판매로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기업이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후 집 앞으로 배송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고객이 주문한 중고차를 직접 찾아가기를 원하면 이곳에 와서 토큰을 넣고 자판기에서 물건을 사듯 차를 받을 수 있다.

밴딩머신 곳곳에 써 있는 광고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Look who got a car without the car lot(주차장도 없이 차량을 받은 사람을 보라)' 'Goodbye Dealership, Hello Happy!(딜러십이여 잘 있어라, 행복아 안녕!)' 등의 문구들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마침 한 고객이 닛산 '알티마' 승용차를 인도받고 있었다. 이 고객은 밴딩머신에서 나온 차에 올라타 내부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기자가 고객에게 다가가 "차 상태와 가격에 만족하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이 고객은 "(렌터카 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내놓은 중고차를 주로 살펴봤는데 카바나에서 더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했다"며 "중고차 가격이 최근 급등하고 있고 매물이 귀한데 마음에 드는 차를 구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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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를 실은 트럭이 필라델피아 카바나 차량센터에 도착한 모습. 이렇게 배달된 차량을 카바나 밴딩머신 타워에 보관하며, 판매가되면 배송을 하거나 고객에게 인도하게 된다. [필라델피아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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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쯤 카바나 차량센터를 살펴보는 동안 차량 인도가 계속 이어졌다. 버지니아주 번호판을 단 차량운반 트럭이 차를 가득 싣고 들어오는 모습도 목격됐다. 카바나 관계자는 "펜실베이니아뿐 아니라 뉴욕, 뉴저지 등 다른 주의 차량 등록 대행 업무도 가능하다"며 "차량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직접 픽업을 오면 탁송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카바나 웹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이곳에서 약 140㎞ 떨어진 뉴욕까지 최대 하루 안에 배송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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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네티컷주 번호판을 단 차를 타고 온 고객이 이곳을 둘러보고 떠나는 것을 목격해 그를 따라가서 사연을 들어봤다. '투미고'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이 고객은 "중고차를 알아보고 있는데 내가 사는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필라델피아로 여행을 왔다가 카바나 밴딩머신에 잠시 들렀다"며 "안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카바나 직원들은 말을 붙이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빠 보였다. 카바나 관계자는 "매물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48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하며 서부 지역 매물이라고 해도 3~5일이면 차량 인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바나는 '중고차 업계의 아마존'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4000만대로 신차 시장의 2배 이상이다. 중고차 시장은 이렇게 규모가 크지만 불신의 그림자가 늘 드리워져 있다. '카팩스(Carfax)' 같은 회사가 사고 이력 등을 온라인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공식적인 기초 정보에 불과하다. 중고차는 사고 이력 여부보다 중요한 것이 '숨은 결함' '실제 운행 시 리스크' 같은 요소인데, 이는 차량 소유주와 딜러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2019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딜러를 매우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에 그쳤다.

이렇게 불신의 벽이 높은 중고차 시장에서 100%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는 시도는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중고차의 경우 직접 시승해보고 눈으로 확인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바나가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신뢰의 디지털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서는 매물을 매우 편리하게 360도 회전시키며 외부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흠집 등 손상이 있는 부위를 클릭하면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내부 모습 역시 상세한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눈으로 보더라도 잘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를 3차원으로 다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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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나는 집 앞까지 차량을 배송하지만, 이곳에서 인도를 희망하는 고객은 토큰을 넣고 자판기에서 차를 찾아갈 수 있다. [필라델피아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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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술적 노력 외에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카바나에서 구입한 차량은 같은 지역 내에서 '7일 내 리턴(반품)'이 가능하다. 카바나 고객이 차량 인도 후 품질에 만족하지 않으면 탁송료만 제외하고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고가 자동차에 대해 이런 정책을 일괄적으로 도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시도였다.

美 중고차시세 68년만에 최대 상승…카바나 올 1분기 매출 104% 늘어


경기회복 조짐에 중고차 불티
빅데이터 시스템 갖춘 카바나
공급물량 확보 유리해 장점

3년 전 미국에 정착한 A씨. A씨는 당시 1만8000달러를 주고 산 도요타 캠리 승용차를 팔고, 다른 차를 사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보유 중인 캠리를 3년 전 매입가보다 오히려 1000달러 비싼 1만9000달러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 생각해본 계획이었다. 그러나 A씨는 렉서스 ES350 세단 중고차를 알아보다가 물건을 구하지 못해 보유 중인 차를 팔지 못했다.

지난 4월 미국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1953년 이후 68년 만에 최대 폭이다. 5월에도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9.7% 올랐다.

중고차 가격이 급등한 것은 수요가 증가하는데 공급은 제한돼서다. 중고차 시장의 핵심 공급자인 렌터카 업체들이 지난 1년여간 정상 영업을 하지 않아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공급 물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살아나면서 중고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에 이렇게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자 카바나처럼 플랫폼을 구축한 딜러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카바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고차 매입까지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차대번호, 차량정보를 인터넷에 입력하면 즉시 예상 견적이 나온다.

이렇게 디지털화한 중고차 매입 프로세스 덕분에 카바나는 지난해 중고차 매입을 전년 대비 95% 늘릴 수 있었다.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미국 중고차 시장 규모는 8400억달러(2019년 기준)다. 유통 채널은 약 4만3000개의 딜러십이 있을 정도로 파편화돼 있다. 상위 100개 중고차 판매상을 합쳐도 시장 점유율이 9.3%에 불과하다.

카바나의 실적 추세를 보면 중고차 판매의 100% 디지털화가 불가능한 미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카바나의 중고차 판매 실적은 지난 1분기 9만2457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지난해 총 판매대수는 24만4111대를 기록했다. 아직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는 아니다. 4000만대로 추정되는 미국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0.6%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말해 파괴적 혁신을 이룰 공간이 크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매출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22억4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카바나 주가는 지난 11일 종가 기준 274.66달러로 기업가치는 473억4700만달러(약 52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주가는 지난 2월 323.3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소 하락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 주가는 323달러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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