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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우월주의 총기사건 영화화, 주인공은 백인 총리?…논란에 제작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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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9년 3월15일 호주 국적의 20대 남성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이슬람 사원에 차를 몰고왔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총기를 난사했고, 머리에 부착한 카메라로 학살극을 생중계했다. 17분간의 총기 난사에 51명이 죽고 49명이 다쳤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사건 당일 “그들은 우리다”라며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이를 소재로 <그들은 우리다>라는 제목의 영화화가 진행되면서 최근 이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가 백인 총리의 사건 이후 대응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백인 구세주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논란에 저신다 아던 총리는 14일 “이슬람 지역사회가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영화 제작자는 결국 보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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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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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발단이 된 것은 영화잡지 헐리우드 리포터의 보도였다. 헐리우드 리포터는 지난 11일 백인 우월주의 남성이 저지른 크라이스트처치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영화 <그들은 우리다>가 현재 기획 단계에 있다며 “젊은 지도자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반응을 다룬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의 감독을 맡은 앤드류 니콜의 말을 인용해 “영화가 공격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아던의 대처에 관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인공 저신다 아던 총리역에 영화배우 로즈 번이 캐스팅되기도 했다.

그러나 백인 우월주의자가 일으킨 사건을 배경으로 백신 여성 지도자의 지도력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은 즉각적인 반발을 일으켰다. 일부 뉴질랜드인들은 이 영화가 “무감각적이며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이슬람 지역사회를 대변하는 굴레드 미어는 현지매체 1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혐오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완전히 백인 구세주 정신에 양분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이 영화의 제작을 중단하라는 청원은 3일만에 6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저신다 아던 총리를 겨냥한 비판까지 이어지자, 뉴질랜드 총리실은 정부가 영화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아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크라이스트처치 사건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뉴질랜드와 이 사건을 경험한 지역사회에 매우 생생한 사건”이라며 “무슬림 지역사회가 겪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들이 영화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는 꼭 해야할 이야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진행되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말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영화의 제작자를 맡은 필리파 캠벨 역시 이날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 제기된 우려와 사람들의 견해를 들었다”며 “나는 2019년 3월15일의 사건이 지금 영화로 보기에는 너무 생생하다는데 동의하며, 고통을 일으키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굴레드 미어는 이날 가디언에 “현실은 지금 많은 피해자들이 아직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재정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산산이 부서진 것들을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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