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일본이 한국군의 독도방어훈련 실시를 이유로 취소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내에 꽉 막힌 한·일관계 돌파구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풀 어사이드’ 형식의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양국 실무선에서 잠정 합의했다. 미국이 G7 계기 한·미·일 3국 정상 회동 가능성을 열어두되 정식 추진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스가 총리 취임 후 첫 한·일 약식 정상 회담을 별도로 성사시키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측은 오는 15일 실시 예정인 상반기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문제삼아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G7 정상회의 계기를 포함해 그간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에 열린 자세로 임해 왔으나 실제 현장에서 회동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1996년부터 매해 정례적으로 실시된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해 매번 훈련이 끝난 후 반발했다. 훈련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를 문제삼아 한국과의 회담을 거부하면서 일본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9월말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스가 총리의 낮은 지지율과 불안한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면 한·일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과거사 등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남은 11개월 임기 내에 한·일 정상회담이 아예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G7 일정을 마무리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도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G7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 “한국 측의 움직임 때문에 한·일 관계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국 쪽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전했다. 또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한국을 겨냥해 “국가 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G7 회의장과 만찬장 등에서 두 차례 대면한 것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같은 회의장에서 인사하러 와 실례가 되지 않게 인사했다”며 문 대통령이 먼저 왔기에 응했을 뿐, 만남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1세션에 참석해 있다. 문 대통령 맞은편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모습이 보인다. 영국 총리실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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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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