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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노-노 갈등'으로 번지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고용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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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이사장 단식 돌입, "대화로 문제 해결하자"

파이낸셜뉴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고객센터 직용화 갈등과 관련해 건보공단 노조에 대화참석을, 고객센터 노조에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14일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 본원 로비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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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의 직고용 문제가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고객센터 노조가 직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가운데 건보공단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김용익 이사장은 건보공단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와의 대화를 요청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건보공단 자체 해결에 힘든 상황이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김용익 이사장은 이날 건보공단 노조의 대화 참여와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 중단을 요청하면서 단식에 들어갔다. 고객센터 직고용 문제가 건보공단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어 김 이사장이 단식을 돌입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이날 김 이사장은 단식 돌입에 대한 입장문에서 "건보공단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가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다 했으나 대립만 깊어지고 있다"면서 "고객센터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건보공단 노조는 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근로환경 개선 등 직고용 촉구…10일부터 2차 무기한 파업

현재 건보공단은 민간 위탁 방식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전화 문의 및 상담을 진행하는 고객센터 직원들은 협력 업체 정직원들이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지난 2월부터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직접 고용 전환을 촉구해왔다. 고객센터 노조는 청소, 시설관리, 경비 등 용역 노동자 7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한 건보공단이 콜센터 상담사의 정규직 전환은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지난 2월 1차 파업을 했고, 지난 10일 2차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또한 이번주 추가적인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에서 비정규직을 고용 성격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1·2단계와 달리 3단계인 민간위탁기관은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건보공단은 정부방침에 맞춰 1단계인 기간제 직원 57명에 이어 파견용역인 청소, 경비, 운전, 시설관리 등 업무지원직 636명을 정규직화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는 3단계에 해당한다. 건보공단은 고객센터 운영을 위해 장소, 시설 및 장비만을 제공할 뿐 각 협력사에서 사업경영과 상담사 인건비 등 센터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등 전화상담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탁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 2월 파업 이후 고객센터 직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 문제 논의를 위해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구성했지만 건보공단 노조가 참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고객센터 직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건보공단-위탁기업-고객센터 직원이 참여하는 3자 협의회 마련했지만 고객센터 노조에서 참여를 거부했다. 고객센터 노조 관계자는 "콜센터 근무환경이 열악한 상황이고 코로나 상황에서 지침이 있지만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인원에 비해 업무가 과다한 부분이 있고 무임금으로 일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며 직고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난 3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접고용을 찬성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지난 2월) 무임금 무노동으로 파업을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 처해있는 환경과 최저임금에 달하는 급여에 평생 몸을 바칠 수 없어 이렇게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직원들, "무조건적 직고용은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건보공단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2의 인공국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갈등이 불거진 바가 있다.

고객센터 직고용 문제가 장기회되면서 직원들이 불만이 표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건보공단 사내 노조가 진행한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조합원의 75.63%가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건보공단 내부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영화 및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을 건보공단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무조건적인 직고용은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라며 "공정한 채용을 진행하려 애쓰는 건보공단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시키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인은 또 "콜센터 직원이 2년 이상 근무하면 서류전형에서 우대사항 가산점이 주어지고 있다"며 "기회의 평등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9일에는 한 청원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만오천명 임직원을 복지부 공무원으로 직고용 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은 게시했다. 청원자는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 청원이 올라왔구나 하겠지만, 공단의 직원들 역시 복지부 공무원으로 직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 말도 안되는 일이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의 직고용 문제"라고 설명했다. 청원자는 "복지부 공무원은 공정한 시험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은 NCS 채용 절차를 통해, 고객센터 직원들도 그들이 정한 채용 절차를 통해 (입사하게 된다)"면서 "왜 그들은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건보공단 직원이 되려는지, 왜 공정한 원칙과 절차를 무너뜨리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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