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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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출근 첫날부터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이 대표는 13일 김기현 원내대표와 만나기 위해 국회로 출근하면서 서울시 공유형 자전거인 따릉이를 탔다. 넥타이 대신 검은색 백팩을 맸다. 서울 상계동 자택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지하철과 전동킥보드를 애용했다. 지하철 안에서 라디오 전화 인터뷰를 하다가 통화 연결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일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앞으론 전용 차량을 타는 일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사무처는 월요일부터 이 대표에게 대표 전용 차량(기아 카니발)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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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몰아치는 여풍…이준석 “나도 놀랐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신임 최고위원에 선출된 조수진, 배현진, 정미경 최고위원.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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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김 원내대표를 만나 당직 인선 등을 논의했다.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는 이준석 호(號)에는 여풍(女風)이 거세다. 선출직 최고위원만 해도 조수진·배현진 의원과 정미경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등 여성들이 자리를 꿰찼다. 남성인 김재원 최고위원과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묻힌다는 당내 반응이 나올 정도다.
수석 대변인에는 초선의 황보승희 의원이 내정됐고,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도 이 대표가 “원외 여성 전문가를 모시겠다”고 공언했다. 경제학 박사인 윤희숙 의원도 당 안팎에서 정책위의장과 여의도연구원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토론 배틀’ 방식으로 선발될 대변인 두 자리도 여성이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젠더 갈등이 부각된 2019년 이후 ‘이대남’(20대 남성)의 대변자를 자처해왔다. 여성 할당제 폐지와 반(反)페미니즘을 내세웠고 “기성세대면 몰라도 요즘 젊은 남성들은 특혜가 아니라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론을 폈다. 20·30 남성들을 중심으로 ‘이준석 팬덤’이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여성들이 부각되자 당내에선 “아이러니 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대표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12일 라디오에서 “여풍이 이렇게 셀 줄 몰랐다. (지명직 최고위원도)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전문가라서 섭외하려고 한 건데, 여성 최고위원이 3명이나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운동장만 기울어지지 않으면 젠더 문제는 공정한 경쟁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 관계자는 “예상보다 여성 비율이 높아서 이 대표가 고심 중이지만 결국 성별 배분보다는 능력 위주 인선으로 갈 것”이라며 “능력대로 뽑았는데 여성이 약진한다면 여성 할당제가 필요 없다는 이 대표의 지론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오른쪽)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주요 당직자 인선 논의를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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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재정, 인사, 조직 관리 등 사무 전반을 총괄하는 사무총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가 원외 인사이고, 최고위원도 모두 초선이나 원외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에 “사무총장은 경륜을 갖춘 중진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당내 기류가 강하다. 이 대표도 4선 이상의 중진의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4선의 권영세 의원에게 최근 사무총장직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도 타진했다고 한다. 다만 권 의원은 “앞서 두차례나 사무총장직을 맡았다”고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다른 사무총장 후보로는 권성동 의원 등도 거론된다.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등 각종 정책을 내놔야 할 정책위의장 인선에는 3선의 김도읍 의원과 재선 성일종 의원, 초선인 유경준·윤희숙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올라있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안갯속이다. 이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몇몇 원외 여성인사가 언론에 후보로 거론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지명직 최고위원은 좀더 시일을 갖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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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승희 수석대변인, 서병수 비서실장…소장파 주목
이 대표는 전날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서범수 대표 비서실장을 내정했다. 부산 중구·영도가 지역구인 황보 의원은 당내 청년 기구인 ‘청년의힘’ 대표를 맡고 있고, 앞서 이 대표, 하태경 의원 등과 청년 문제 연구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을 지낸 서 의원은 서병수(5선) 의원의 동생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형 서 의원과 달리 계파색이 옅다고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전·현직 소장파 정치인들이 조합원으로 이름을 올린 여의도 정치카페 HOW’S(하우스) 멤버이기도 하다. 유승민계 오신환 전 의원이 하우스 이사장이고, 이 대표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이 대표는 14일 첫 공식 일정으로 천안함 희생 장병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하고, 이후 철거 건물 매몰사고가 터진 광주의 합동 분향소도 찾는다. 정치인들은 통상 첫 일정으로 전직 대통령들이 안장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참배한다. 보수 정당 대표가 취임후 첫 일정으로 광주를 찾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대전현충원 참배는 이 대표가 보수진영의 전통적 가치인 안보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호남 방문은 그가 경선 기간중 강조해 온 호남지역 공략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이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부터 대표 취임 축하 문자가 왔다. 나도 감사의 뜻을 문자로 전했다”고 밝혔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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