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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유승민에게 물었다… “왜 가시밭길에도 정치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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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과 비참했던 일

"박근혜 전 대통령, 인간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사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 기억해야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현주 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자주 되묻는 정치인이다. 바른말을 하는 것이 배신이 되고, 배신하지 않았지만 추방을 요구받았을 때도 그는 되뇌고, 되뇌며 자신에게 물었을 것이다. 그가 매 순간 답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합리적 인간을 가정하는 경제학을 연구한 이의 선택이라고 하기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등장한다. ‘정치적 계산’으로는 할 수 없는 선택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비난받는 일들을 겪더라도, 욕을 먹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적어도 끄떡없는 척했다. 그는 왜 편한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들을 골라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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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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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대선 캠프 사무실 ‘희망22’에서 유 전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면상의 제약으로 담기지 못했던 나머지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당시 인터뷰에서 유 전 의원은 경제 성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5, 4, 3, 2, 1’ 식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분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당연시됐지만, 다시 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극화, 저출산 문제 등을 풀 수 있는 것은 성장뿐이라는 것이다. 경제성장 방안을 제시한 뒤 그는 "포퓰리즘 대신 고통스럽더라도 성장의 길로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잘하려면 책상에 오래 앉아야 하고 잠도 참아야 하고 식곤증도 참아야 하는데, 성장이란 것도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쏟아붓고 고통을 참아내는 과정"이라고도 말했다. 힘든 길이지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그는 공정의 측면에서 징병제를 유지하되, 주택·교육·취업·일자리 등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이들에 충분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역시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하면서 여성 모병제 실시를 검토할 수 있다고도 했다.


왜 정치여야 하는가


굴곡진 정치 여정을 겪었던 그에게 정치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과 비참했던 순간을 물었다. 여성 징병제 등 난해한 질문에도 곧바로 답변했던 것과 달리 말문을 좀처럼 열지 못 했다.


"정치하는 이유가 내가 이 세상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하는 건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소설가나 교사, 의사가 될 수도 있겠구요. 모든 직업이 다 의미가 있겠지만 마지막 결정하는 힘이 정치에 있는 거 같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다양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힘 중 가장 강력한 힘은 정치라서 그래서 그 힘에 반해서 정치를 하는 거거든요."


그가 꺼낸 답은 한 에피소드였다.


"제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있었을 때 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생이 (성적으로는) 여생도가 됐어야 되는데 그것을 공사 장교들이 바꿔버려 남생도가 대통령상을 받도록 하려다 들켰어요. ‘아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 제가 회의를 소집했어요. 원래 상임위 회의에서 위원장은 질문을 많이 안 하는데, 제가 당시에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유 전 의원은 이 문제를 쟁론화 하는 동시에 공군을 설득해, 결국 성적대로 1등은 대통령 표창, 2등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도록 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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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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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제가 국방위원장으로 공사 졸업식에 갔는데 대통령 표창을 받는 생도, 지금도 이름도 아는데, 키 조그마한 여생도가 받더라고요. 가슴이 뭉클했어요. 그런 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거, 그런 건 나는 작은 일이라고 생각 안 합니다. 또 12·12(신군부의 군사반란) 당시 김오랑이라고 당시 쿠데타군에 저항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다 그런 일이에요. 마린원 헬기 추락 사건으로 해병 5명이 헬기에서 비참하게 숨졌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이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어요. 이런 건 재수사해야 하는데."


"복지든, 주택이든, 경제 관련 큰 담론을 이야기했지만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다 중요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작은 일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가 걸린 일수가 있거든요. 그런 일들, 뭔가 세상을 하나씩 바꿔야 나가는 노력이 파장이 돼서 우리 사회가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면 좋죠. 정치하면서 그런 경험 굉장히 많았습니다."


비참했던 순간도 물었다.


"모르겠어요. 비참하다기보다 굉장히 힘들었던 가시밭길 같은 것은 (새누리당을) 탈당 했을 때 이후가 참 힘들었어요. 원내대표하고 그때부터 시작된 일이니까 한 5년 정도가 굉장히 힘들었던 식 같습니다."


유 전 의원은 2015년 4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교섭단체 연설에 나섰다. 세월호 실종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그 연설에서 그는 성장과 복지,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정치를 이야기했다. 당시 파격적인 그 연설은 큰 주목을 받으며 이례적으로 야당에서조차 ‘명연설’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후 그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파격적인 연설 후 박근혜 정부 최대 치적으로 평가 받는 공무원연금법 개혁 등의 성과를 냈지만, 그는 청와대와의 마찰에 직면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공무원연금법과 패키지로 합의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봐도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어 "배신의 정치는 심판해야 한다"는 선고까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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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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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이 시작됐다. 이후 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에서 끌려 내려왔고, 총선에서 탈당, 무소속 출마를 강요 당했다. 그가 말했던 비참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아직도 말로 설명을 잘 못 하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느끼는 그분이 있고, 제가 또 공적으로 탄핵을 했던 정치인으로서 선택했던 부분이 있다. 인간적으로 제가 느끼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 부분이 매우 힘들다. 옛날 가까이 일했던 분인데 저런 고초를 겪고 있으니 가슴이 아프다."


왜 힘든 길을 골라가는지 물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시절에도 그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침묵을 강요 당했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호가호위할 수 있었을 때 쓴소리를 하다 결국 내쳐지는 그런 선택을 왜 했는지 말이다.


"성격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의 대답 너머에는 다른 이야기들이 보인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아보면 누군가를 추모, 기억하는 글들이 많다. 지난 10일에는 살아 있었다면 두 돌을 맞았을 정인이를 기억했다. 그는 "다른 정인이가 생기지 않도록, 잊혀지지 않도록,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어른들의 당연한 책무"라고 다짐했다. 그 이틀 전인 8일에는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3주기를 맞아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는 원점에서 재수사하여 반드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만 한다"며 "그것만이 정의이고 순국 장병의 영혼을 예우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 현충일에는 6.25 참전 소년병 위령제에 다녀온 소회를 밝혔다. 17세 이하의 소년들을 전쟁터에 내몬 나라.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소년병 문제를 회피해왔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그 어린 나이에 하나 뿐인 목숨을 바쳐 조국을 구하고 산화했건만, 우리는 소년병 할아버지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다"며 과거 자신이 추진했던 소년병 특별법을 이번 국회에서는 통과 시켜달라고 했다.


그는 왜 정치를 하는가


그의 책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서 그는 국가, 정치, 국방 등이 지켜주지 못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를 통해 국가와 정치가 지키지 못한 이들에 대해 느껴왔던 죄스러움과 책임감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 나서는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지지율이 높은 것도 아니지만 제가 대통령이라는 자리, 지위, 대통령으로서 가질 수 있는 권력 이런 것에 대해 아무런 욕심이 없다. 다만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눈에 보이고, 그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런 일들에 대한 집념이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소명의식을 갖고 하니까."


"늘 어려운 코스로, 난코스로 살았다. 학자 시절에도, 정치에서도 어려운 코스였는데 팔자라면 이상하고 정치인으로서 운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고통을 받거나 후회한 적은 별로 없다. 22년 동안 정치를 해왔는데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최선을 다해서 쟁취해봐야겠다 싶다."


어쩌면 그가 가시밭길을 걷게 된 것은 지켜줬어야 했지만 지키지 못한 이들에 대한 ‘기억’과 ‘책임감’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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