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인솔(깔창) 업체인 솔티드의 조형진(36‧사진) 대표는 입사 4년 만인 지난 2015년 ‘그 좋다’는 삼성전자에서 퇴사했다. 조 대표가 반도체 설계도 대신 손에 든 것은 스마트 깔창이었다. 올해 창업 7년차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안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만난 조 대표는 “요새 일할 맛이 난다”며 첫인사를 했다. 지난해 미국·유럽 업체와 350만 달러(약 39억원) 공급 계약을 했고, 40억원이 넘는 투자 유치도 받았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안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솔티드 조형진 대표(왼쪽)와 김대성 이사가 스마트 인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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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창의적인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2012년 말 사내 벤처프로그램인 C랩(Creative Lab)을 도입했다. 매년 직원들에게 창업 아이디어를 받은 뒤 4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아이템을 선정한다. 아이디어를 낸 직원은 1년간 현업에서 떠나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면서 창업 기회를 얻는다. 삼성 측은 “한 해 평균 10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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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으로 창업
2015년부터는 직접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사업에 대한 확신이 선 직원에게 5억원 안팎의 창업 지원금을 제공한다. 스타트업을 꾸려 퇴사했어도 5년 안에 재입사할 수 있다. 창업에 나섰다가 여의치 않으면 회사에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인국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센터장(상무)은 “우수한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창업가정신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재입사 제도도 추가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2015년 창업한 C랩 1기다. 지난해까지 재입사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솔티드에 남았다. 조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았다면 정년까지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겠지만, ‘내 일’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며 창업을 망설일 때 ‘넓은 세상을 보고 오라’며 지원해준 회사에 고맙다”고 말했다.
솔티드가 만든 스마트 인솔은 운동화나 구두 등 어느 신발에나 깔 수 있는 깔창이다. 깔창에 센서를 넣어 걷거나 서 있을 때 발바닥의 압력 분포를 측정하고, 걸음걸이의 문제점 등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가 깔창에 집중하는 것은 창업 초기의 실패 경험 때문이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스마트 인솔을 부착한 ‘스마트 신발’를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는 “신발을 선택할 때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털어놨다.
이후에 스마트 인솔 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엔 타깃 소비자 선정에 애를 먹었다. 고심 끝에 조 대표는 골프를 즐기는 일반 수요자를 공략했다. 골프 스윙을 할 때 체중 이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활용해, 아예 스윙 전체를 분석해주는 앱과 연동했다.
예컨대 스마트 인솔을 깐 골프화를 신고 스윙을 하면 앱을 통해 발바닥 모양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발바닥에서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이 진한 색으로 표시돼 백스윙 때 체중이 반대편으로 이동하는지, 발뒤꿈치에 체중이 실리는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개당 24만9000원이나 고가인데 현재까지 1만 개 이상 팔렸다. 아마존·네이버 등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에게 판매 중이다. 조 대표는 “프로골프 선수들은 바닥 전체에 센서가 있는 패드를 깔고 연습하기도 한다”며 “이 제품은 2000만원이 넘는데 스마트 인솔은 24만원대”라며 “세상에 없는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한다는 것이 솔티드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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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스윙 분석에서 헬스케어로 확대”
지난해 아마존에서 하루에만 600개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선수 훈련용으로 쓰겠다며 뉴욕 양키스 등 미국 프로야구단에서 공급 계약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야구 스윙을 할 때도 체중 이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솔티드는 이제 헬스케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처음 스마트 인솔로 창업 아이디어를 냈을 때 목표로 했던 분야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 한 해에 관절 수술을 하고 재활 치료를 받는 사람이 30만 명에 이른다”며 “재활 치료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시정해야 하는지 등을 스마트 인솔로 손쉽게 파악해 이들이 건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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