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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 나뒹굴던 찬거리…더 못 구해 죄송" 소방관의 눈물|한민용의 오픈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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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뉴스룸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12일)부터 주말에는 저녁 6시에, 가장 빨리 여러분에게 오늘 하루의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저희 뉴스룸은 성추행 신고를 한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부사관이 생전 작성한 피해자 진술 조서를 조금 전 입수했습니다. 사건 나흘 만에, 공군본부 성범죄 전담수사관이 급파돼 작성된 것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서도 덮는 데 급급했다는 정황을 잘 보여주는데 이 소식은 잠시 뒤 자세히 전해드리고, 먼저 '광주 매몰 사고' 소식부터 보도해드리겠습니다.

사고 나흘째, 희생자의 첫 발인식이 엄수됐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암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가려던 막내딸이었습니다. 앞좌석에 탔던 아버지는 병원에서 치료 중인데, 아직 딸이 세상을 떠난 걸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고가 나고 뉴스룸도 바로 광주로 내려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섰던 소방관들을 만나 허망했던 이번 참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방관들은 8명의 시민을 구했으나 모두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먼저 제가 담아온, 광주의 현장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붕괴

앞을 지나던 54번 버스 순식간에 덮쳐

평범한 일상 보내던 시민 17명…

9명 숨지고 8명 크게 다쳐


폭격을 당한 듯 처참했던 사고 현장. 가장 먼저 달려왔던 소방관에게 당시 상황을 물으니 안타까운 한숨을 내쉽니다.

[김영조 / 광주동부소방서 소방장 : 안에 버스가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몰된 상태였거든요. 현장에 내부 진입해서 보니까… 하… 그냥… 신음소리, 살려달라는 소리… 많이 심각했습니다.]

소방관의 신발에는 아직 붉은 혈흔이 남아있습니다.

[김영조 / 광주동부소방서 소방장 : 버스 내부에 생존자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조그마한 앞에 유리 깨진 부분으로 겨우 사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을 만들어가지고 그렇게 내부에 진입을 했어요.]

[박우수 / 광주소방본부 특수구조대 소방교 :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까. 저희가 무릎 꿇고 기어서 하다 보니까…(혈흔이) 조금씩 묻었어요.]

아름드리 나무가 충격을 흡수해준 앞좌석에서 대원들은 8명의 시민들을 구조했습니다.

하지만 뒷좌석에 탄 9명의 시민들은 안타깝게 숨을 거둬야만 했습니다.

[김영조 / 광주동부소방서 소방장 : 뒤에 계신 분들 상태가 너무 안 좋아가지고… 제일 뒤쪽에 계신 분들은 구조를 못했던 게 너무 안타깝고…]

뒤늦게 알려진 희생자들의 사연은 평범했기에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박우수 / 광주소방본부 특수구조대 소방교 : 처음에는 학생인 줄 몰랐는데, 책가방을 메고 있었어요. 아마 그분이 제일 마지막에 수습이 되신 것 같은데… 제일 뒷좌석에 타고 계셨거든요.]

[김영조 / 광주동부소방서 소방장 : 구조하면서 물건들을 보니까, 이쪽 시장 쪽에서 찬거리 같은 거 상추, 오이…저녁 찬거리 장만해서 들어가시는 것 같더라고요. 가족들하고 맛있게 저녁 해 드실려고 가는 상황 같은데 그런 참변을…]

버스 안 찬거리가 있었다는 말에, 유족의 가슴은 또 한 번 무너집니다.

큰아들 생일상을 차려주려던 한 어머니의 것이었습니다.

[조기석/유가족 (남편) : 아들 생일이라서… 찬거리 마련해온 거 같아요.]

[유가족(아들) : 형 생일이라고 차려준 게 마지막 밥상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번에도 지키라는 것을 지키지 않고, 위험해 보인다는 경고마저 무시한 '사람'이 만든 비극.

[유가족 : 건물이 철거하다 보면 무너질 수 있죠. 왜, 왜 주변에… 아무리 생각해도. 우회를 하게 해놓은 과정이. 건물이 정리가 될 때까지만 1시간이고 2시간, 3시간이고 그곳에서는 그걸 안했냐는 거죠.]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따로 있었지만, 정작 고개를 숙인 건 소방관이었습니다.

[김영조 / 광주동부소방서 소방장 : 제가 구조하지 못했다는 그런 죄책감도 들고 내가 좀 더 빨리했으면 하는 후회도 있고 마음이 좋지가 않습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연출 : 홍재인)

한민용 기자 , 조용희,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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