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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사님 대신 선생님으로 불러주세요"…학교 비정규직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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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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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학교 급식실에 투명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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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의 호칭을 '이름(OOO) 선생님'으로 부르기를 요청합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최근 조합원이 근무하는 관내 학교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노조 측은 공문을 통해 "일부 학교에서는 '여사님', '실무사님', '강사님'으로 호칭을 부르는 사례가 다수 있다"며 "'노동인권 신장과 노동이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 간의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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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최근 조합원이 근무하는 관내 학교에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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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은 교육기관에서 교육 행정, 교육 활동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를 의미한다. 초등돌봄전담사, 교육실무사, 조리사, 특수학교 통학차량실무사, 스포츠강사, 다문화언어강사 등 다양한 직종이 있다. 기간제 교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관계자는 "'실무사님'이라는 호칭은 교사와 다르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학교에 젊은 교사가 많아지고, 전보·교류로 인해 학교 간 이동이 발생하면서 호칭 문제가 불거져 공문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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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서울특별시교육감 소속 교육공무직원 복무지침' 교육공무직 유형./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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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선 학교에서는 호칭을 둘러싼 갈등이 종종 발생한다. 20대 교사 A씨는 "동료 교사가 '실무사님'이라는 호칭을 썼더니, 당사자가 '선생님으로 불러달라'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며 "'실무사님'이라고 부르면 대꾸를 안 해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로 존중하는 호칭을 쓰되 꼭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통일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A씨는 "실무사님을 실무사님으로 부르는 게 왜 큰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OO씨라고 이름을 부르는 등 예의 없는 언행은 하지 않는 게 옳지만, 꼭 '선생님'으로 불러야 하나"고 밝혔다. 이어 "실무사님, 조리사님 등 각자 주어진 직책 대로 부르는 것도 존중이고, 그렇게 부른다고 차별로 이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2021년 서울특별시교육감 소속 교육공무직원 복무지침'에는 상호 존중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직원 간 서로 존중하는 호칭(예: 선생님 등)을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2018~2020년 '교육공무직원 처우개선수당 업무지침'에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을 '선생님'으로 불러야 하고, 교육공무원직원의 자존감을 저하시키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실무사님도 존중하는 호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야, 너, 아줌마, 아저씨 등 부적절한 지칭을 삼가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칭을 통일하면 학생들에게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선생님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좋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교원들 입장에서는 직종이 달라 이해관계가 다른 부분도 있어 존중하는 호칭을 사용해달라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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