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 촉발한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1년간 여정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당신들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구하러 옵니다. 염치도 없나요. 30년 이상 과학은 명확하게 말해왔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공수표만 날리고 딴청을 부렸죠. 필요한 해법과 정치는 여전히 없습니다. 이를 간파한 젊은 층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우리를 기만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어른들은 희망찬 미래를 말합니다. 다음 세대가 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책임질 만큼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거든요. 어른들이 만든 난장판을 책임지고 끝까지 치울 겁니다."(유럽경제사회위원회 회의에서)
2018년 8월의 어느 금요일 학교를 빠지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홀로 기후를 위한 시위를 시작한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 스웨덴에서 북유럽을 넘어 서유럽까지 700만여명이 동참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를 불러일으키며 환경운동의 아이콘이 된 소녀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처럼 "왜 지금 행동하지 않느냐"고 호통친다.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의문을 품고 1인 결석 시위를 시작한 툰베리가 태양열 요트로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까지의 1년간 여정을 따라간다.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툰베리는 기후 위기라는 인류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좌절했다. 우울증과 선택적 함구증을 겪으며 힘들어하던 툰베리는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학교가 아닌 길거리로 나섰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팻말을 든 툰베리에게 어른들은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라며 눈총을 보내지만, 그의 옆에는 또래 청소년들이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뭘 원하는가? 기후 정의", "언제 원하는가? 지금 당장"
금요일 시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동안 툰베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유럽 의회, 그린피스 시위 등에 참석해 연설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등을 만나 기후 위기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툰베리의 발언에 쏟아지는 박수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는 세상을 변화시킨 듯 비친다.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
하지만 툰베리는 "학교 파업을 시작한 이후로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툰베리의 연설은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고, 세계 정상들은 작은 것들부터 규제하며 바꿔가겠다는 태도로 논의를 이끌어간다. 국제사회가 제시한 구체적인 해결책은 지금까지도 전무하며, 파리기후협정은 여전히 진전이 없다.
툰베리를 향한 비난도 뒤따른다. '정신 나간 아스퍼거 환자', '감정 과잉에 불안정하고 우울한 소녀'라며 툰베리를 헐뜯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공개적으로 툰베리를 깎아내린다. 이들에게 툰베리가 제시하는 과학적 근거들은 허구일 뿐이다.
다큐멘터리는 툰베리가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를 들여다보며 이를 나눠 들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게 한다. 기후 위기는 실존하는 문제지만 우리의 일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변화 없이 흘러간다. 탄소 배출량 감소는 비행기 대신 요트로 대서양을 건너는 툰베리 혼자만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는 17일 개봉. 상영시간 101분. 전체 관람가.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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