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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최병욱 의료AI학회장 "의료 AI 확산 관건 수가 문제, 집중 탐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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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최병욱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장(사진=박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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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욱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장(사진=박성은 기자)의료계에서 인공지능(AI)은 더이상 낯설거나 경계할 대상이 아니다. 요즘 의사들에게 AI는 기회만 되면 반드시 배우고 싶은 기술이다. 영상의학에 집중됐던 의료 AI 연구는 현재 모든 의학 영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반면 병원 현장에서 의료 AI를 실제 진료에 도입하는 속도는 비교적 더디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응기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보상은 없기 때문. 현 제도 내에서는 의료 AI 사용 시 병원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식약처 인허가를 받은 의료 AI 제품 수는 이제 미국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많아졌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의료 AI 제품이 병원 현장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인허가뿐만 아니라 수가와 같은 보상체계가 절실하다.

의료 AI 소프트웨어(SW) 제품들이 수가 인정을 받기 어려운 이유는 기존 신의료기술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따라 보험수가 심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제품에서는 불가능했던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존 의료 업무 효율성을 대폭 증대시켜야 한다.

정부에서는 현재까지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만족하는 의료 AI 제품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인허가를 받은 의료 AI 제품 전부는 의사의 영상 진단을 보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따르면 이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고 할 수 없다.

업무 효율성 개선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병원 현장에서 제품을 사용하면서 근거를 모아야 하는데 현 제도 내에서는 쉽지 않다.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수가가 없는 의료 AI 제품 도입은 곧 지출이기 때문이다.

식약처 의료 AI 자문을 담당하는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는 올해부터 의료 AI 보상체계 문제 분석에 집중한다. 2018년 출범해 올해로 4년차를 맞은 학회는 1월 신임 회장과 함께 2기 체제에 들어섰다.

2년간 학회를 이끌 최병욱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장은 이번 기수 주요 과제로 의료 AI 수가에 대한 심층 보고서 완성을 꼽았다. 전임 회장단 바통을 이어받아 의료 AI 산업화에도 주력한다. 학회 차원에서는 최초로 올해 내 의료 AI 산업박람회를 연다. 의료 AI 개발에서 필수적인 AI 전문가와 의사 양측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의료 AI를 만드는 기업과 제품을 사용하는 의사 사이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다음은 최병욱 회장과의 일문일답.

Q. 2, 3년 전과 달리 이제 의료계에서 AI는 낯선 기술이 아니게 됐다. 의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의 의사들이 AI에 관심이 있는 상황이다. 우리 학회가 다 포용할 수 없을 정도다. AI를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많은 의사들이 언제든 뛰어들 자세가 되어 있다. 초기에는 영상의학과에서만 AI 관련 논문이 집중 등장했다면 현재는 모든 의학 분야에서 AI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Q. 연구계와 달리 병원 현장에의 의료 AI 보급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장에서는 수가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던데

의료 AI 제품은 많이 나왔지만 병원에서 이를 사용할 동인이 부족하다. 사실 현 제도에서는 병원이 의료 AI SW에 비용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 병원 수익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명확해야 하는데 수가를 받지 못하기에 사실상 지출이라고만 여겨지고 있다.

Q. 의료 AI 제품이 수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료 AI SW가 보험 수가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따라 신규기술평가 대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많은 의료 AI 기업들이 여기에 지원했지만 모두 이전 기술과 같은 절차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신규기술평가 대상이 되려면 기존 의료기기가 제공하지 못하는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존 기능을 현저하게 낮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기관에서는 영상 진단 보조 AI SW가 두 가지 모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의료기술 대상이 됐다고 해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상 선정 이후에는 보험급여 심사평가를 또 받아야 한다. 앞단에서부터 평가 자체도 못 받게 하는 것은 너무 강한 기준이 아닌가 생각한다.

Q. 기존 제도 그대로 의료 AI SW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인데, 대안책을 제시한다면

의료 AI SW 대상 보상체계 마련에 대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에서는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방법을 예로 들자면 신의료기술 기업을 인증한 후 해당 기업이 만든 제품에 대해 심사를 유예한다. 제품 효과를 증명하는 증거를 의료 현장에서 쌓는 기간 동안에는 특별 코드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의료 AI 제품들의 정확도가 높은 것은 다수 증명된 바 있다. 이제는 병원 현장에서 환자에게 어떤 이득을 주고 병원에는 얼마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주는지 입증해야 한다. 해당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증거(Evidence)를 쌓을 기간 동안 제품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한 증거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추후에 지원책을 풀면 된다. 무조건 인증 대상을 확대하고 보험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라 테스트 기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Q. 지난 1월 취임해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2기를 이끌고 있다. 이번 기수에서 집중할 주제로 의료 AI 보상체계를 꼽았는데

지난 기수에서 의료인공지능백서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의료 AI 수가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검토해 보고서를 완성할 계획이다. 현재 레퍼런스 소스로 삼는 신의료기술평가 가이드라인은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심평원 용역과제로서 만든 만큼 특정 분야 전문가 견해에 집중된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 학회에서는 다양한 현장 전문가 목소리를 반영한 보고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Q. 영상의학 이후 바이오마커가 의료 AI 주요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역시 배경에는 수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

바이오마커는 신의료기술 조건 중 하나인 새로운 정보 제공을 분명히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폐암 재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기존 영상 진단 방식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폐암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와 영상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 AI가 질병 발생률을 판단할 수 있다.

영상진단 AI는 인간 업무 부담을 덜어줘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크다. 바이오마커를 통한 예후예측의 경우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개척하는 것에 가깝다. 지금까지는 기존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기능을 만들기 시작했다.

Q. 이번 기수가 새로 진행할 또 하나의 과제로 산업박람회 개최를 꼽았다. 기존 의료 AI 산업박람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기관, 스타트업을 비롯한 여러 기관 주도로 의료 AI 관련 산업박람회가 이미 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의사 가입자가 많은 의료인공지능학회로서 신생 의료 AI 기업들이 의료계 클라이언트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몇몇 상장된 곳들을 제외한 다수 의료 AI 기업들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해 생존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의사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나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의사들 또한 의외로 의료 AI 업체를 직접 만나서 제품 설명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특정 과제나 협약을 맺었을 때 이외에는 기업 관계자를 직접 만나기 어렵다. 의사들에게 우리 산업박람회는 국내 의료 AI 기업 제품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Q. 국내 인허가 의료 AI 제품수가 미국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안다. 글로벌 의료 AI 시장을 우리가 리드할 수 있을까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의료 AI 제품이 자리를 잡으려면 우선 최고의 성능을 갖춰야 한다. 성능이 최고면 저절로 경쟁력이 생긴다. 여기서 성능은 단순히 정확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후속 지원과 인종 다양성을 포괄하는 데이터까지 제반 연결된 모든 것이 관련된다. 이것은 기업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민간 투자와 국가 정책 지원, 병원 의사들의 참여까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면 국내 시장 접수는 당연히 뒤따를 것이다. 눈 앞의 것보다 세계 시장 접수를 목표로 전진하길 바란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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