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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이슈크래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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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비트코인이 9일(현지시간) 세계 처음으로 엘살바도르에서 법정통화로 승인된 가운데, 엘살바도르 정부가 가격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이날 표결에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제출한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승인안을 과반 찬성(84표 중 62표)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일상생활에서 법정통화로 사용하는 국가가 됐다. 법정통화는 우리나라의 '원'이나 미국의 '달러'와 같이 법이나 공권력에 의해 지급 수단으로 공인된 통화를 말한다.

앞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5일 한 비트코인 콘퍼런스 화상회의에서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승인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식 경제 밖에 있는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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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의회는 이날 표결에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제출한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승인안을 과반 찬성(84표 중 62표)으로 가결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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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화폐로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가격 변동성 커"


CNBC에 따르면, 이번에 통과된 법은 "비트코인을 구속받지 않는 법정통화로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명시했다. 법에 따라 물건 가격은 비트코인으로 명시될 수 있으며, 세금 분담금도 비트코인으로 납부 가능하다. 비트코인은 '화폐'이기 때문에 거래 시 자산 가격 상승분에 매기는 자본이득세 적용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이 제대로 된 결제 수단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라는 예측이 많다.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큰 탓에 실효성이 있는 법정 통화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며, 범죄조직이 기승을 부리는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이 자금 세탁에 악용될 수도 있어서다.

본래 화폐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 안정성이다. 달러가 세계 긴축통화 역할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가격 안정성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엘살바도르가 변동성이 극심한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정했다는 점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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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도입해 달러의 영향력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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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자국통화 없이 달러에 의존…달러 영향력 낮추기 위해 도입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엘살바도르는 자국이 발행한 법정통화 없이 미국 달러에 의존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자국 화폐인 콜론을 법정화폐로 사용하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2001년부터 미국 달러를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이로 인해 통화시스템은 안정됐지만, 엘살바도르의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이 미국의 통화·금리 정책에 따라 좌우되면서 경제 주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에는 미국 중앙은행이 경제 정상화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를 풀었고, 엘살바도르에선 화폐가치가 하락해 통화정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5일 화상회의에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엘살바도르의 경제적 안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어떠한 중앙은행도 통제할 수 없으며, 객관적이고 계산 가능한 기준에 따라서만 변동되는 디지털 화폐의 유통을 허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도입해 달러의 영향력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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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해변의 한 카페에 "비트코인을 받아들인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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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국민 70%, 은행계좌·신용카드 보유하고 있지 않아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한 또 다른 이유는 금융서비스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번에 승인된 법안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의 국민 중 70%는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경제활동 대부분에서 현금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엘살바도르의 계좌 보유율은 은행 29%, 모바일 계좌 4%에 불과하다.

특히 2019년 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의 20%가량은 해외 근로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자금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까지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고질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송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10%에 달하는 송금 수수료도 물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헤지(회피)가 가능하고 송금 수수료도 저렴한 비트코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 것.

관건은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어떻게 관리할지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최근 한 달간 하락률은 31.95%였다. 비트코인은 지난 8일 다시 4000만원선이 붕괴하며 한때 3600만 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후 반등한 비트코인은 11일 오후 3시 25분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426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역대 최고가(8199만 원)와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에 가깝다.

비트코인의 큰 변동성에 대해 부클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법은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위험이 전혀 없도록 잘 구성돼 있다"며 "정부는 국민들이 비트코인을 거래 시점에 정확한 달러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정대한 기자(vishalis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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