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는 전례 없는 흥행대박이었다. 경선판을 휘몰아친 이준석 바람 때문이다. 신선했다. 그의 말처럼 젊은 사람이 2030 등 젊은 세대의 문제를 그들의 언어와 그들의 방식으로 제기해 정치 참여를 늘리고 정치효능감을 맛보게 했다. 사무실도, 단체문자 발송도, 특보 명함 남발도 없이 소액 모금 후원금 1억5천만 원 중 1천500만 원으로 그는 경선을 치렀다고 한다. 선거운동도, 당선도 그 자체로 혁신이다. 높은 인지도에 힘입은 수많은 매체 인터뷰와 토론, 후보토론회가 활용한 자원의 대부분이었고, 대개 네거티브 없이 자기 이야기를 했다. 현안마다 소신과 견해를 밝히고 똑 부러지게 생각을 전하는 태도는 돋보였다. 답 안 되는 의견을 두루뭉술한 화법으로 던지고 마는 경우와는 대비되는 정치인의 바람직한 소통 자세다. 결국 2011년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했음에도 탄핵은 정당했다고 하고 총선 부정을 주장하는 이들을 비판하고 유승민계라는 옛 계파 분류에 자신을 가두지 않은 채 활동하며 축적한 내공이 오늘의 그를 밀어 올렸다. 낡은 이미지의 나머지 경쟁 후보들로는 애초 가망이 없다고 본 지지층의 오답 지우기가 그가 정답으로 선택된 근본 배경인 것은 또한 분명해 보인다.
미지의 앞날에는 그러나 우려도 많이 따른다. 대선 경쟁과 변화가 수반할 균열과 진통을 고려할 때 그의 연륜 부족과 리더십 불안 걱정은 더 커질 소지도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 국민의힘에는 의미 있는 지지율을 찍는 대선 주자 하나가 없다. 유승민 전 의원 정도가 있지만 지지율이 낮다.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여부와 입당 시 시기 결정,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의 통합,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여부는 그래서 당의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얼마나 국민 눈높이에 잘 맞춰 이들 난제를 풀어내느냐 하는 것이 그의 리더십 평가와 당의 지지도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지상과제는 대선 승리라면서 다양한 대선주자 및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대선 경선 시기를 "8월 중순"으로 보고 "그때까지 결심 못 한 후보를 기다려야 하는지는 물음표"라고 하던 전대 때의 '경선 버스 정시출발론'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다. 이젠 대표가 된 이상, 좀 더 유연하게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선 승리라는 지상과제에 정시출발이 걸림돌이 된다면 치워야 할 수도 있어서다.
미지수인 당의 변화 방향 역시 두고 볼 일이다. 신예로의 간판 교체가 주는 이미지는 합리적 보수, 중도 지향, 세대 확장으로 읽히긴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반론이 있다. 경선에서 이 대표는 반페미니즘, 능력주의, 이남자(20대 남성)ㆍ이여자 갈라치기 논란을 일으켰다. 4ㆍ7 재ㆍ보궐선거 압승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세대 구도를 싸움에 끌어들인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공학적일 뿐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갈등을 이용하는 머리만 크지, 치유하는 가슴은 작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인에겐 뼈아픈 말이다. 이 대표는 하지만 세대 구도를 성공방정식으로 말하면서 대선에서도 이념, 지역 구도를 대신할 관건으로 보는 듯하다. 공정한 경쟁을 기치로 내세운 이 대표의 여성, 청년 할당제 등 각종 할당제 폐지, 당직자ㆍ공직후보자 자격시험제 도입, 토론배틀 대안은 부분적으로 엇나가고 일부 앙상하다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거라던 문재인 정부의 모토가 집권세력의 '내로남불'로 훼손된 틈을 파고들면서 "공정한 경쟁"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며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시험을 꺼낸 것은 단선적이며 퇴행적이라는 시선이다. 이들 비평의 타당성은 향후 정책 구체화와 용인(用人)에서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기우가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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