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국 외교장관 통화내용 공개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 말란 압박
중국 측의 압박은 9일 밤 한·중 외교장관 간 통화에서 드러났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정의용 장관에게 “공통된 인식하에 한쪽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중 사이에서 미국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명확하게 경고한 셈이다.
왕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없던 내용이다. 외교부는 같은 날 보도자료에서 “정의용 장관은 미·중 간 협력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한·중 간 보도자료 내용의 차이에 대해 “정 장관이 먼저 통화를 요청했으며,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며 “면박하거나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도 10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을 향해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은 좋지 않다”며 “한국도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에서는 중국의 입장을 더 고려하고 배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 정책연구소장은 “한국이 그동안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비교적 존중해 준 편이었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이 적어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설득해 자신들의 외교적 공간을 지키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에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언급하며 대중 압박 전선에서 한국을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8일(현지시간) 신미국안보센터(CNAS) 주최 행사에서 “인도·태평양 관련 국가들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일본·호주와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예로 들었다.
관건은 G7 정상회의의 공동성명(Communique)과 사후 기자회견 등에서 대중 견제 메시지가 어느 정도 수위로 나올지다. 앞서 지난달 5일(현지시간) 채택된 G7 외교·개발장관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신장위구르·홍콩·대만 문제 등이 명시됐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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