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양국 외교장관 통화 내용 공개
왕이 “미, 냉전적 사고로 대결 부추겨
...양국 분명한 입장 견지해야” 압박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4월 3일 중국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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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9일 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미ㆍ중 사이에 편향된 입장을 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냉전적 대결'을 부추기는 미국에 중국은 완강히 반대한다면서다.
중국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장관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먼저 “양국 정상의 공감대하에 중ㆍ한 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다”며 “내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협력 성과를 소중히 여기고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필요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양국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가 9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정의용 외교부장관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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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곧바로 미ㆍ중 관계 속 한국의 입장에 대한 주문이 이어졌다. 왕이 부장은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고에 가득 차 집단대결을 부추기고 있으며 지역 평화ㆍ안정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은 이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ㆍ한은 우호적 관계이자 전략적 동반자로서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며 “공통된 인식 하에 한쪽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우리나라에 미국 측 입장에 편향되지 말 것을 촉구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발표문에서 정의용 장관이 “한국은 중국과의 전략적동반자 관계를 중시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양안 관계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중국과의 정치적 신뢰를 심화시키고 수교 30주년을 맞아 분야별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정 장관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며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중국은 남북 관계 개선을 지지하고 한반도 정세 완화 노력도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을 위해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중국 측은 이와 관련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가 밝힌 미국 관련 언급 등은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고,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입장을 교환했다고 간략히 밝혔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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