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중개형 ISA 돌풍, 왜
주식·ETF 직접 투자에 절세는 덤
가입자 비중 20대 22%·30대 24%
저금리 시대 '新재테크 수단' 등극
삼전·카카오 등 우량주 위주 투자
신탁·일임형 만기땐 대거 넘어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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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2개월 만에 60만 명에 가까운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저금리 시대에 2030세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기존 신탁형과 일임형 ISA의 경우 예적금, 펀드, 파생상품(ELS·DLS) 등의 금융상품을 담을 수는 있었지만 주식 직접투자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투자중개형 ISA는 개인투자자들이 배당세 등에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우선적으로 갖춰야 하는 ‘기본 계좌’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투자 중개형 ISA 가입자 수가 58만 2,197명을 기록했다. 2월 25일 출시된 투자 중개형 ISA 가입자는 3월 말 23만 1,943명에서 한 달 동안 약 35만 명, 150%나 급증했다. 잔액도 2월 말 62억 원에서 3월 말 3,146억 원, 4월 말 6,888억 원으로 뛰었다. 2030 젊은 투자자들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20대 가입자의 비중은 22.3%, 30대는 24.8%로 젊은 층이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기존의 신탁형 ISA에서는 20대의 비중이 7.5% 일임형 ISA에서는 8.2%에 불과했다. 30대의 경우 신탁형은 24.1%로 투자 중개형과 비슷했지만 일임형은 18.3%로 낮았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주식에 입문하는 젊은 투자자들이 배당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일반 주식 계좌보다 투자 중개형 ISA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 절세 계좌서 2030 재테크 계좌로=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투자중개형 ISA 계좌는 기존 ISA 계좌에서 제공하는 절세 혜택에 더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ISA 계좌는 가입 기간에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총 200만 원의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그 이상 금액에 대해서는 15.4%가 아닌 9.9%의 분리과세를 해준다. 최소 가입 기간은 3년이며 원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주식 투자 시 일반 위탁매매 계좌보다 배당 수령과 국내 상장 해외 ETF 거래 시 세금 면에서 크게 유리하다. 문성근 NH투자증권 차장은 “증권사들이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재테크 블로거나 유튜버들이 알아서 홍보를 해주고 있어 이를 보고 투자자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20대와 30대 가입자가 유난히 많다. 투자중개형 ISA의 가입자 중 20대는 22.3%, 30대는 24.8%로 나타나 젊은 투자자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들의 평균 가입 금액은 각각 58만 원과 86만 원이다. 투자중개형 ISA 전체 평균 가입 금액은 118만 원 선이다. 그만큼 소액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반면 신탁형과 일임형 ISA의 경우 1인당 평균 가입 금액이 각각 585만 원, 384만 원이다.
투자중개형 ISA는 여성 가입자 수가 신탁형·일임형 ISA에 비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전체 가입자 수 중 여성 가입자 비중이 50.9%(29만 6,606명)로 남성 가입자(49.1%)보다 다소 많다. 신탁형 ISA의 경우 전체 가입자 수 중 남성 가입자 비중이 53.1%고 여성이 46.9%를 차지한다. 일임형도 남성과 여성의 비중이 각각 51.6%와 48.4%였다.
이는 올해 초 ISA 가입 조건 중 소득 요건이 폐지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ISA에 관심이 있으나 소득 요건 때문에 가입하지 못했던 주부들이 신규로 가입하면서 신탁보다는 중개형 ISA에 몰리자 중개형 ISA의 여성 가입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고금리 시대에는 은행의 예적금 계좌가 재산을 모으는 기본 계좌였다면 주식 투자가 대중화된 요즘에는 투자형 ISA가 기본이 되는 ‘국민자산관리계좌’로 자리매김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 내역 주식·ETF가 절반···삼전·카카오 등 인기=투자중개형 ISA는 단연 주식과 ETF 투자 비중이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주식 비중이 40.5%였으며 ETF도 8.4%였다. 평균적으로 계좌의 절반은 증시에 투자한 셈이다. 또 대기성 자금인 현금으로 27.4%, ELS·DLS 14.3%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신탁형 ISA의 경우 예적금이 84.3%로 압도적이고 ELS·DLS가 6.5%로 그 뒤다. 증권사가 알아서 운용해주는 일임형의 경우 국내채권형 펀드 32.1%, 해외주식형 펀드 20.7%, MMF 16.4% 순이었다.
개별 종목 중에서 많이 투자한 종목은 우량주가 많았다. NH투자증권이 자사에 가입한 투자형 ISA 계좌를 집계한 결과 상위 편입 종목 비중에서 삼성전자(49%)와 삼성전자우선주(14%)가 64%를 차지했다. 그 외에 HMM(15%), 카카오(14%), 이트론(8%) 등을 많이 담았다. 문 차장은 “신탁형과 일임형 ISA 계좌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이 절세를 목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계좌였다면 투자형 ISA는 이들뿐 아니라 20~40대 소액 투자자들도 우량주 및 ETF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좌”라고 설명했다. 투자중개형 ISA는 현재 7개 대형 증권사들에서만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하지만 향후 교보증권·신영증권·유안타증권·한화증권 등에서도 계좌개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민 재테크 통장, 과감한 세제 혜택 필요"=투자중개형 ISA 계좌의 인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2016년 제도 도입과 함께 초기에 대거 개설된 신탁형과 일임형 ISA 계좌들이 만기를 맞아서 투자중개형 ISA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탁형 ISA 가입자는 올해 2월 말 176만 8,152명에서 4월 말에는 106만 3,889명으로 70만 명 이상 줄었다. 일임형의 경우 같은 기간 28만 6,137명에서 29만 3,207명으로 소폭(7,070명)이 증가했다.
박두성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신탁형 ISA 계좌들이 예금 금리에 만족을 못 하고 투자중개형으로 대거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ISA 만기는 기존 가입자들의 경우에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지만 만기에 맞춰 예금·ELS 등에 이미 가입한 경우에는 5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ISA가 젊은층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00만 원의 면세 혜택으로는 계좌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유인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중개형 ISA가 저금리 시대에 젊은층이 목돈을 모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과감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며 “연간 납입 한도에 제한을 두는 대신 계좌를 유지하는 기간에 발생한 모든 소득에 대해 면세해주면 장기간 투자할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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