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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계란 값 때문에 빵집 휴업할 판"…폭등 물가에 자영업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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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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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에서 김치찜 가게를 운영하는 이영미(54)씨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달걀값 때문에 고민이다. 기본 찬으로 나가는 계란프라이도 부담인데 이를 추가해 달라는 손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다. 농담으로 달걀값 500원을 따로 받아야겠다는 이씨는 "장사를 시작한 지 15년 됐지만 올해 만큼 힘든 적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데 물가가 잡힐 생각을 안 한다"라고 토로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작황 부진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 탓이다.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다. 지난달 파값은 130%, 달걀값은 45% 이상 올랐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 물가 9년만에 최대 상승...파 130% 달걀 45%↑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46(2015년=100)로 한 해 전보다 2.6% 올랐다. 이는 2012년 4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상품 가격은 한 해 전보다 4.0%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농축수산물은 12.1% 상승하며 지난 1월(10.0%) 이후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농산물은 1년 전보다 16.6% 뛰었다. 특히 생육 부진 탓에 파값은 130.5% 올랐다. 다만 전월(270.0%)보다는 상승 폭이 다소 줄었다. 마늘(53%),고춧가루(35.3%), 쌀(14%) 등도 크게 상승했다.

축산물도 10.2% 올랐다. 특히 달걀이 산란계 부족 탓에 45.4% 상승했다. 전월(36.9%)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크게 올랐다.

달걀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절대적인 공급량이 계속 부족하기 때문이다. AI 영향으로 국내 알을 낳는 닭, 즉 산란계의 23%가량이 살처분된 영향이 크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계란값은 연초와 비교하면 40% 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70%정도 오른 수준"이라며 "국내 계란 시세는 10~11월까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달걀 한판에 1만2000원?...자영업자들 한숨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파값은 지난달 말부터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문제는 달걀값이다.

파값이 절정이었던 지난 3월 1kg에 평균 7455원이었던 파값은 5월 말부터 지금까지 2000원 안팎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달걀값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달걀값은 계속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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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 식당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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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달걀(특란) 한 판(30개)의 소비자 가격은 7485원, 산지 가격은 6087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98% 증 수준으로 올 들어 역대 최고가다. 연초와 비교해서도 26.3%, 50.2%씩 올랐다.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마트에선 현재 달걀 한 판에 9000~1만2000원에 판매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달걀 한 판 가격은 보통 5500원에서 6000원 정도지만 현재 마트 등에선 9000원에서 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달걀값과 관련해 "계란 한 판에 1만3000원 하는 곳도 있더라 너무 놀랐다", "계란이 없는 곳도 많더라 네 번째 방문한 마트에서 9900원에 샀다. 왜 이렇게 비싸나"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달걀을 주재료로 하는 식당이나 빵집은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재료에서 달걀을 빼거나 메추리알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 종로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여모(38)씨는 "종업원 인건비는 엄두도 나지 않아 남편과 둘이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하고 있다"며 "계란값이 계속 올라 빵을 만들지 못하는 등 휴점까지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까 봐 걱정이 크다"고 했다.

경남 밀양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서모(31)씨는 "계란이 너무 비싸 떡볶이에 계란 대신 메추리알로 대체했는데, 메추리알 값도 조금씩 오르더라.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계란을 아예 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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