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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슈 물가와 GDP

물가 9년만에 최고…“인플레 아냐” 달래기에도 불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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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소비자물가, 9년 1개월 만에 최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5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생활과 밀접한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작황 부진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1% 올랐다. 파(130.5%) 가격이 여전히 비싸고 달걀(45.4%)값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

석유류 가격도 23.3% 급등했다. 2008년 8월(27.8%)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면서다.

서비스 물가도 올랐다. 워낙 비싼 농축수산물 가격 때문에 재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 가격이 2.1%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공공주택관리비(7.3%)ㆍ보험서비스료(9.6%) 등 개인서비스 비용이 특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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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비자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시장에선 최근 경기가 회복 흐름을 타면서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0.6% 상승률을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2월에 1.1%, 3월 1.5%, 4월에는 2.3%로 올라서는 등 올해 들어 계속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낮았던 물가 수준을 근거로 올해의 물가 상승도 일시적일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상승률이 높아 보이는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6ㆍ7월에도 2%대의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반기부터는 기저효과도 완화하는 데다, 농축수산물 햇상품이 출하되고 국제유가도 오름세가 더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아 하반기에는 안정세로 들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저효과를 제외한 전월 대비로 보면 물가 상승률은 0.1%로, 연초 고병원성 AI 발생ㆍ한파 등으로 확대됐던 물가 흐름이 최근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1.8%)ㆍ국제통화기금(IMFㆍ1.4%) 등 국제기구, 한국은행(1.8%)ㆍ한국개발연구원(KDIㆍ1.7%) 등 주요기관 모두 연간상승률이 2%를 넘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충격’이 개선되면 물가가 곧 잡힐 것이란 전망이다.



“하반기 안정” vs “인플레 경계”



하지만 국내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대로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이 장기화하면 세계 각국의 물가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당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추경 규모가 최대 30조 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에 겪은 경제 위기들과 비교하면 이번 위기의 경기 반등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등에 힘입어 수요가 완전히 회복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김 교수는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의 재정 정책으로 경기가 과열 양상으로 흐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올여름 기후변화에 따라 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은 “인플레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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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파를 고르고 있는 시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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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도 이날 “물가상승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2.2%를 기록했다. 한은이 세운 올해 물가안정 목표치는 2%다.

물가 급등이 금리 인상을 불러온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 기업이나 가계 등의 도산 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실현될 경우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경제주체의 이자상환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키며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한편,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대한 가격조정의 급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우선 “경제주체의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달걀 수입물량을 전월 대비 1000만개 많은 5000만개 이상으로 늘리고, 6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관세 면제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막걸리 등에 쓰이는 가공용 쌀 2만t을 추가 방출하고, 이번 달부터 돼지고기 할인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대규모 세일 행사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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