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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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1일 대검찰청에 출근해 임기를 시작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의 완성’을 강조하면서도 검찰 수사에 대해선 ‘굳건한 방파제’를 자임했다. 그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권 수사, 검찰 인사, 직제개편이라는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김 총장은 이날 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일선에 자율과 책임을 부여해 검찰 구성원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공정하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겠다”며 “검찰총장으로서 굳건한 방파제가 돼 일체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검찰 수장으로서 정권을 겨냥한 수사도 공정하게 지휘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총장은 대검에 첫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제가 다시 검사가 됐다”며 “검사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해야 하고 모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연이어 차관을 지내 친정권 성향으로 평가돼왔다. 자신이 차관일 때는 정권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검사가 돼 입장이 달라졌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는 발언이다.
김 총장은 당장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정권 인사에 대한 기소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은 김 총장 자신도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라 사건 보고를 받지 않고 지휘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월성 사건 수사팀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김학의 사건 수사팀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한 상태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이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수사팀의 거듭된 승인 요청에도 김 총장 취임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
김 총장은 박 장관이 이달 단행할 검찰 인사에 대해 “인사평가도 공정한 평가를 기초로 능력과 자질, 인품을 고려한 적재적소 인사를 실시함으로써 소모적인 오해나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무부와 적극 소통하고 평가제도의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취재진에게 “김 총장을 만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김 총장 취임 전인 지난달 27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어 고검장을 검사장급 보직으로 강등할 수 있는 인사 방침을 논의했다. 고검장들이 물러나지 않아 박 장관의 인사 재량이 줄어들자 고검장들에게 ‘망신주기’를 예고해 사직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박 장관의 인사 방침이 알려진 뒤 고검장·검사장의 사퇴가 이어졌다. 검찰 내부는 박 장관이 이번 인사에서 정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 수사팀을 모두 인사 조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 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와 경찰과의 관계에 대해 “국민이 반부패 대응역량 유지를 위해 우리에게 남겨주신 6대 범죄 등에 대한 직접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며 “수사에서 인권을 먼저 생각하고, 강제수사는 최소화하며, 임의수사 위주의 절제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더 큰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받은 지금 시점에서 우리의 중요한 소임인 국민의 인권보호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를 강화하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박 장관은 검찰 형사부가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경찰과의 수사협력부서를 신설하는 직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의 의견조회에 일선 검찰청 대부분은 ‘정권이 권력층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검사들이 이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조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김 총장이 박 장관의 직제개편안을 수용한다면 취임하자마자 구성원들의 신망을 잃을 수도 있다. 박 장관은 “김 총장 의견을 듣고 인권보호, 사법 통제, 수사권 남용 억제라는 대의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의 과제를 ‘신뢰받는 검찰’ ‘국민중심 검찰’ ‘공정한 검찰’로 꼽으며 검찰개혁의 완성을 강조했다. 그는 검찰총장으로서 첫 업무로 고(故)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검찰 조직문화 개선에 애쓰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며 김모 부장검사의 상습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다 2016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총장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70년 넘게 유지된 형사사법제도가 왜 이렇게 바뀌어야 했는지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후 검찰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 고민했다”며 “검찰은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도 했지만 과도한 권한 행사, 조직 이기주의, 불공정성 등 논란이 불식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산고 끝에 제도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졌다”며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사관행과 조직문화 등에 대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검찰개혁을 완성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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