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설치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공정수사 촉구 시민 발언대`를 지나가는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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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민씨 사망 사건에 대해 유튜버들의 막말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들이 관련 영상을 찍어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영상에 태우는 광고나 구독자와 실시간 채팅을 하는 '슈퍼쳇(실시간 후원금)' 등이 수입을 올리는 주요 수단이다.
지난 29일 한 시사프로그램에선 손씨 사건을 둘러싼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억측 확산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유튜버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다수의 채널이 TV방송 후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를 적극 반박했다. 비속어와 욕설이 종종 흘러나왔지만 구독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실시간으로 응원 댓글을 달며 후원금을 보냈다. 유튜버 A씨는 이날 딱 하루 손씨 사망 사건을 둘러싼 영상 속 '슈퍼챗'을 통해 500만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받았다.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방송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조두순 출소 당시에도 유튜버들이 경쟁적으로 방송에 나서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만 진정과 경찰의 자제 요청이 끊이지 않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는 처벌 대상이 됐다.
조회수가 곧 돈…'자극' 쫓는 유튜버들
유튜버들에게 영상 조회수는 곧 돈이다. 영상 조회수가 늘수록 단가가 높은 광고를 실을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유튜버에게 높은 수입을 보장해 준다.
31일 유튜브 통계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와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정민씨 사건 영상을 지속적으로 제작해 온 계정 6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지난 한 달 간 적게는 59만원부터 많게는 5847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복수의 인물이 정민씨 사망에 관련돼 있다는 주장을 펼친 한 유튜버는 해당 영상으로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이 계정의 광고 제휴단가는 2483만원며, 최소 5000만원의 월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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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인플루언서와 플레이보드가 분석한 6개 유튜브 채널의 평균 조회수는 정민씨 사고 관련 영상을 올리기 전과 비교해 약 7배 이상 폭증했다. 그만큼 광고 단가 역시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조회수나 돈에 집착하는 유튜버일수록 더 자극적이고 심지어 조작된 영상마저 경쟁적으로 올리는 이유다.
유튜브를 통한 가짜 뉴스의 대상에선 경찰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지방 경찰청장이 사건 수사를 비판했다거나 경찰청장이 부실수사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직접 경찰청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 'A씨가 정민씨를 업고 기어갔다'라거나 'A씨의 휴대전화 색상이 빨간색이다' 등의 주장은 모두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경찰청장 관련 가짜뉴스를 퍼트린 유튜브 계정에 대해 내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수익원 '슈퍼챗'…제재 없어 더 막장
광고 수익과 함께 유튜버들의 또 다른 수익원으로는 '슈퍼챗'이 있다. 슈퍼챗은 구독자수 1000명 이상이고, 유튜버 나이가 만 18세 이상이면 유튜브 실시간 방송 중 열 수 있는 채팅창이다. 이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은 후원금을 실시간 유튜버에게 보낸다.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에서 현금처럼 쓰이는 '별풍선'과 비슷한 형태다. 후원금의 최대 한도는 50만원. 시청자 입장에서의 후원금은 곧 유튜버의 슈퍼챗 수입이 된다.
슈퍼챗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콘텐츠에 대해 별다른 제재가 뒤따르지 않아서다. 현재 구글은 유튜브에 올라온 특정 콘텐츠가 광고게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노란색 달러 모양의 아이콘을 붙인다. 일명 노란딱지(노딱)라고 하는데 시청자들에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노딱이 붙으면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에 제한이 생긴다.
슈퍼챗에는 이같은 내용 검열이 따로 없다. 그러다보니 최근 노딱을 피해 유튜버들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우회 창구로 슈퍼챗이 활용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정민씨 사건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한 유튜버는 관련 이슈가 들끓은 지난 일주일간 2000여만원을 슈퍼챗을 통해 벌었다. 누적치를 보면 그 동안 1만번 가량의 슈퍼챗을 열어 총 1억90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어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챗에서는 편향적이고 자극적일수록 더 잘 먹힌다. 정치 사회적으로 막장 논란을 종종 일으키는 한 유튜브채널은 지난해 슈퍼챗으로 번 수입이 7억원이 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내용은 광고 제재라도 하지만 슈퍼챗은 아직 별다른 제재가 없어서 막말을 쏟아내는 창구가 되는 모습"이라며 "특히 시청자로부터 후원금을 받으려면 그만큼 그들이 원하는 영상에 더 쎈 말과 자극적인 콘텐츠로 도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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