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염증 치료 받으러 갔다가 진통제 대신 오접종
"주사실 1곳으로 환자 몰려 착각…처방전→예진표로 오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NEWS1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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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근육통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중학생에게 병원 의료진이 실수로 진통제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3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10시5분쯤 오른쪽 발목에 염증이 있어 치료를 받기 위해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종합병원을 찾은 A군(14)은 의료진의 실수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게 됐다.
정형외과 진료를 마친 뒤 주사와 약 처방을 받은 A군은 처방전을 들고 곧장 주사실로 들어갔다.
간호사의 요청에 따라 팔을 걷은 뒤 기다렸다. 잠시 후 주사기를 통해 약물이 주입됐다.
그러나 접종을 마친 A군은 황당한 말을 듣게 된다.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 잠시 지켜보자는 것".
왜 근육통 주사에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던 중 A군은 자신에게 코로나19 '백신'이 투여됐음을 알게 됐다.
"혹시 제가 지금 맞은 게 '근육통 주사'가 맞나요?"
당황한 얼굴의 간호사는 곧장 A군 손에 들려있던 종이를 확인했다. '예진표'가 아닌 '처방전'이었다.
놀란 간호사와 A군은 즉시 내근 중인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통해 이상반응 점검을 실시했다.
기저질환은 없는지, 지금 현재 상태는 괜찮은지…. 뒤늦은 점검이 급하게 진행됐다. 다행히 A군은 혈전 등의 이상증세는 관측되지 않았으나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비해 입원 조치가 내려졌다.
A군은 '황당'한 백신 오접종에 하루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뒤 다음날(29일)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고 퇴원할 수 있었다.
이번 오접종은 해프닝(촌극)으로 끝났지만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명백한 의료진의 실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 예진등의 과정을 통해 접종 여부를 확인한다. 매 과정에서 신분증과 예진표, 예약 여부와 접종 이력 등이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이날 해당 병원은 일반 진료자의 경우를 고려하지 않고 A군을 '당연히' 백신 접종자로 생각했다.
접종이 이뤄진 당일(28일)은 위탁의료기관 예방접종을 시작(27일)한 지 이틀째 되는 날로 많은 인원의 접종자가 몰렸기 때문에 혼동한 것이다.
또 의료진은 A군이 들고 있던 '처방전'을 확인하지 않았다. 종이를 들고있자 '당연히 예진표이겠거니' 착각해 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해당 의료진은 "A군이 또래보다 체격이 있어 당연히 성인 백신 접종자인 줄 알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젊은층에 투여될 경우 희귀 혈전증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돼 방역당국은 30세 이상만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향후 일주일간 A군에 대한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의료기관과 보건소, 시에서 진행하겠다"며 "다른 위탁의료기관에서 오접종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 확인과 예진표, 예약 여부, 접종 이력 등을 명백하게 확인하도록 메뉴얼 안내를 하겠다"며 "또 일반 진료와 예방접종실을 가능한 분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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