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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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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보수의 노무현 외치는 국민의 힘, 왜 ? [레이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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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세례 냉대→외면 속 불참→‘노무현 정신' 강조

'보수의 노무현이 되겠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며 적은 방명록이다. 국민의힘의 호남 지지율이 20%를 돌파했다. 역대 최초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7~21일 전국 만18세 이상 20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힘은 광주·전라 지역에서 2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 '역대급' 총선 패배 직후엔 현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20~24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만18세 이상 252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래통합당의 광주·전라 지역 지지율은 8.4%에 불과했다.

1년 만에 반전을 이룬 동력은 적극적인 외연 확장과 통합 행보였다. 정강·정책 개정을 바탕으로 한 정책 노선의 변경과 함께 정치적 이벤트로 진보 진영의 상징을 적극 공략했다. 한 축에 광주와 5·18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면 또 다른 축은 봉하마을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지난해 총선 패배 전까지만 해도 보수정당은 매년 5월 열리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대표급 인사를 보내는 일이 드물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방문이 있었다. 2015년 당시 김 대표는 환영받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면전에서 그를 직격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었으며 추도객들에게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2016년 정 원내대표의 방문은 비교적 차분하게 이뤄졌다. 추도객들의 별다른 항의가 없었고 그는 "생각을 같이 했든 달리 했든 어쨌든 우리나라의 최고 지도자, 최고 정책결정자로서 대통령은 큰 역사이고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당시에는 오히려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대표에게 화살이 쏠렸던 측면도 있다.

이후 2017년부터 2019년까진 대표급은 물론 원내대표의 참여도 없었다. 2017년 추도식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자유한국당의 패배라는 상황 속에서 치러졌는데 당시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했고 박맹우 사무총장이 대신 참석했다. 정 권한대행은 원내 교섭단체 대표 중 유일하게 불참했다.

2018년엔 한국당 인사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당대표는 홍준표 의원이었다. 2019년엔 조경태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고 일부는 야유를 받았다. 당대표였던 황교안 전 총리는 초청을 받았지만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참패 이후 쇄신과 외연 확장을 위한 행보에 몰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유족들에게 과거 '막말'에 대해 사과했다. 주먹을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모습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어 5일 뒤엔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는 추도식서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말에 다 들어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따듯했던 인간미와 소탈한 인품, 열린 생각 이런 것들을 지금도 많은 국민이 그리워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권양숙 여사의 권유로 여당 인사들과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도시락 점심을 먹기도 했다. 다만 방문 전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비극'을 언급하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를 시사하는 글을 올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추도식에 앞서 지난 9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하 의원은 방명록에 "보수의 노무현이 되겠다"고, 박 시장은 "성숙한 민주주의와 공정한 사회를 위한 노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썼다.

이후엔 김경수 경남지사와 만남을 갖기도 했는데 김 지사는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함께 봉하마을로 내려가 수행을 해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23일 열린 추도식엔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김 권한대행은 권 여사와 주먹인사를 나눈 뒤 깊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이어 "가끔 찾아뵙겠다"는 말도 건넸다고 한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통 큰 소통과 진영논리를 넘어선 통합의 정신이 아쉬운 요즘 시점"이라며 "노 전 대통령님이 남기신 그 뜻을 우리의 이정표로 삼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를 빌려 여당의 국회 독주를 비판한 것이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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