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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호남 지지율 20% 넘기고도…조심스런 국힘 'MB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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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호남에서 표를 많이 받아 당선되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중앙일보

2007년 5월 13일, 당시 한나라당의 대선 경선을 준비하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이 전 시장이 故 홍남순 변호사의 묘 앞에서 묘비를 살펴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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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있던 이명박 후보는 1박2일 일정으로 찾은 호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남 당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저는 지역적 편견이 없다.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이 어려운 곳에서 일을 해냈다는 말을 듣도록 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이 후보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높게는 30%를 넘나들었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광주 5ㆍ18국립묘지에 참배하고 서울시와 전남도 자매결연을 맺는 등 오랜 공을 들였다. 한나라당이 적극적인 서진(西進) 전략을 펼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고 전 총리를 지지하던 호남 민심이 이념 대신 실용 노선을 내세운 이 후보에게 몰렸다. 당내서도 “호남이 이명박의 제2의 기반”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정작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목표로 했던 10%에도 채 못 미쳤다. 흩어졌던 호남 표심이 호남 출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로 결집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당내 주류를 여전히 영남 기반 정치인들이 독점하면서 "보수정당의 호남 공략은 선거용 구애"란 의구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과거의 경험 때문일까. 국민의힘은 최근 불어오는 호남의 훈풍을 아직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2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ㆍ북 등 호남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1.9%로 전주(12.5%) 대비 9.4%포인트 급등했다.

보수 정당의 호남 지지율이 20%를 넘긴 건 이례적이다. 두 자릿수 지지율도 지난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호남(전남 순천) 출신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로 뽑히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호남 지지율이 10%대로 올라섰지만, 그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호남뿐 아니라 전국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후 홍준표ㆍ황교안 등 강성보수색의 대표가 연이어 당을 이끌면서 호남에서의 당 지지율은 2~3%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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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가 9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당대표로 당선된 이정현 후보가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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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최근 호남 지지율 상승을 “국민의힘의 ‘호남 껴안기’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5ㆍ18 묘역에 무릎을 꿇는 등 공을 들였다. 또 최근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도 취임 후 벌써 두 차례나 광주를 방문하며 호남구애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당 비례대표 25%를 호남 출신으로 하는 당헌ㆍ당규 개정에 이어 초선 의원들도 5ㆍ18을 앞두고 광주를 찾아 “광주정신은 모두의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정운천·성일종 의원이 보수 정당 최초로 5ㆍ18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28일엔 당내 국민통합위원회의 2차 회의를 열고 ‘국민통합을 위한 영호남 5개 공동사업 조속 추진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다. 해당 결의문에는 ①전주-김천 철도 ②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③전주-대구 새만금포항고속도로 ④여수-남해 해저터널 ⑤섬진강 영호남 복합형 환승공원 등을 국민대통합 사업으로 선정해 추진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당내에선 “호남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꾸준한 공략이 필수”라는 주장이 나온다. 또 대선을 앞두고 새 지도부 구성 및 인재영입 과정에서 가시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당내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 불모지였던 호남에서 지지를 이끌어내면 호남뿐 아니라 영남도 좋아한다. 동서남북에서 다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과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호남 출신 장ㆍ차관급 인재를 적극 섭외해 지역장벽을 무너뜨리는 시대정신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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