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3일 만에 의회 연설 통해 반박 나서
"여객기 긴급 착륙, 합법적 행동이었다"
반체제 언론인에 "학살, 유혈 반란 조직"
[민스크=AP/뉴시스]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 규탄을 반박하고 있다. 2021.0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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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반체제 언론인을 체포하기 위해 여객기를 긴급 착륙시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사건 3일 만에 공식 석상에 나와 국제사회 규탄에 반박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의회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민을 지키기 위한 합법적 행동이었다"며 당시 여객기 폭탄 테러 위협이 있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전투기를 동원해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켰다는 의혹도 "절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항공기 안전수칙을 준수했다"며 "기장이 15분 동안 고민하더니 벨라루스 관제소 지시에 따라 민스크에 착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투아니아 국경 인근에 다다랐는데도, 기장의 자유 의지로 민스크에 착륙했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모든 사람의 목숨을 살려준 데 대해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큰소리쳤다.
다만 체포된 언론인 로만 프로타세비치와 여자친구 소피아 사페가에 대해선 "학살과 유혈 반란을 조직했다"며 혐의를 제기했다. 다른 야권 인사들을 향해 "당신들의 얼굴을 알고 있다"면서 "잡히는 건 시간문제"라고 협박도 했다.
EU의 항공기 운항 금지 제재에도 반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EU가 벨라루스를 목 졸라 죽이려 한다"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벨라루스는 유럽의 중심부에 있으며,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세계 대전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어떤 제재나 공격, 도발에도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서구 불법 이주와 마약 밀매 저지를 위한 국경 통제를 완화할 것을 예고했다. 벨라루스 총리는 자국을 통하는 화물선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민스크=AP/뉴시스]벨라루스 여객기 강제 착륙 후 체포된 언론인 로만 프로타세비치가 혐의를 인정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24일(현지시간) 공개됐다. 2021.0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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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아테네에서 빌니우스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FR4978편을 민스크에 강제 착륙 시켜 프로타세비치와 사페가를 체포했다.
프로타세비치는 텔레그램 기반 독립 언론 '넥스타'(Nexta) 전 편집장으로, 루카셴코 대통령은 그가 반정부 시위를 조직했다며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벨라루스를 장기 집권 중으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다. 지난해 8월 실시된 대선에서 6선에 성공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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