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현지인과 벨라루스인들이 반정부 인사인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석방하라는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하루 전 벨라루스 정부는 영공을 지나던 라이언항공 소속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뒤 타고 있던 프라타세비치리를 체포했다./사진=AFP |
유럽연합(EU)이 반정부 인사 체포를 위해 외국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벨라루스를 상대로 제재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는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정상회의를 열어 벨라루스 항공사의 EU 영공 비행과 역내 공항 접근을 금지하는 제재에 합의했다. 또 EU 항공사들에겐 벨라루스 영공 진입을 피하라고 밝혔다.
아울러 EU는 벨라루스 관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벨라루스 기업과 경제를 압박할 추가 제재도 내놓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한 EU 관리를 인용해 추가 제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그 가족과 친지, 연관 기업들의 경제적 이권을 겨냥할 수 있다고 전했다.
EU의 제재는 벨라루스가 23일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여객기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뒤 이 여객기에 타고 있던 야권 인사 로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프라타세비치는 야권 성향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창립자이자 전 편집장이다. 2019년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피해 폴란드로 망명했으며 지난해 벨라루스 당국으로부터 테러 활동 가담 인사 명단에 올랐다. 이번 비상 착륙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으며, 여객기 호송을 위해 미그(MiG)-29 전투기 출격까지 명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EU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프라타세비치를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이번 사건에 대한 긴급 조사도 요구했다.
FT는 벨라루스의 외국 항공기 강제 착륙은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큰 비난을 사고 있으며 특히 독재 정권이 하늘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촉발했다고 짚었다. 1994년 집권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재선에 성공해 30년 가깝게 집권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성명을 내고 브뤼셀의 조치를 높게 평가하고 제재 동참 의사를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EU가 표적화된 경제 제재와 여타 조치들을 촉구했다는 소식을 환영한다"면서 "우리 팀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적절한 옵션을 EU와 협력해 구상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도 벨라루스의 강제 착륙을 "민간 여객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영국은 EU와 마찬가지로 벨라루스 항공사의 영국 상공 비행을 금지하고 자국 항공사들에 벨라루스 영공을 피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외무장관은 서방의 비판을 "근거 없다"고 일축했고 러시아는 EU의 반응이 "충격적"이라며 벨라루스 편에 섰다.
한편 이날 친루카셴코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프라타세비치의 체포 후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마 등 얼굴 일부에 멍이 든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대선 후 벌어진 대규모 소요 사태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FT는 프라타세비치가 15년 징역형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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