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여객기 강제착륙 후 야권인사 체포…EU 강력 비난

그리스서 리투아니아 향하던 여객기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

지난해 반정부 시위 주도한 프라타세비치 체포…EU, 벨라루스 제재 논의

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서 체포된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동유럽의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가 비행중이던 외국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켜 야권 인사를 체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럽연합(EU)은 명백한 항공기 납치이자 테러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AFP·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항공기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했다.

착륙 후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벨라루스 보안 당국에 체포됐다.

프라타세비치는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를 만든 인물로, 벨라루스에서 수배 대상에 오르자 폴란드로 넘어가 거주하고 있었다.

프라타세비치가 타고 있던 항공기는 이날 기내에 폭발물이 있다는 신고 뒤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착륙 후 폭발물 수색 작업이 이어졌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프라타세비치가 체포됐다. 오후 3시께 민스크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는 수 시간 후 다시 이륙해 리투아니아로 향했다.

넥스타는 "항공기를 확인했지만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고 모든 탑승객들은 추가로 보안 검색을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측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대통령이 여객기의 비상 착륙과 이를 위한 미그(Mig)-29 전투기 동원을 직접 지시했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 AFP=뉴스1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벨라루스 정권의 충격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라이언에어 납치에 책임있는 자들을 반드시 제재하고 프라타세비치는 즉시 풀려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라타세비치가 망명중이던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번 사태를 "국가 주도의 테러 행위"라고 규탄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벨라루스 당국의 행위를 "혐오스럽다"고 비난했다. 리투아니아 검찰은 항공기 납치 사건에 대한 범죄 수사를 개시했다.

EU는 24일 열리는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강화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벨라루스 당국은 넥스타의 공동 설립자인 프라타세비치와 스테판 푸틸로(22)를 테러 활동 가담 인사 명단에 올렸다.

이들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당국은 넥스타 채널 또한 극단주의 조직으로 규정하고 차단 명령을 내렸다.

약 200만명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은 대표적인 야권 성향 채널로 벨라루스 내 반정부 야권 시위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맞붙은 뒤 신변 안전 위협으로 리투아니아에 망명해 있는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노브스카야는 텔레그램을 통해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항공기를 납치한 첩보기관의 작전임이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해 8월 치러진 대선에서 루카셴코가 80%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후부터 선거 부정 의혹과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야권의 시위가 이어졌다.

수개월째 계속된 시위에서 최소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는 상당히 소강된 상태다.

6선 연임에 '성공'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비공개 취임식을 열고 27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벨라루스 당국이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강제착륙시켰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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