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부각되면서 금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金)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헤지수단으로 다시 부각되면서 몸값이 오르고 있다. 금을 대체할 ‘디지털 금’으로 불리던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하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들썩이는 금값.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1g은 지난 21일 기준 6만8190원(종가 기준)에 거래됐다. 종가기준으로 1월 6일 기록한 연고점(6만9230원)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 금값이 가장 쌌던 3월 5일(6만2300원)과 비교하면 두 달 보름여 만에 9.5% 상승했다. 국내 금값에 영향을 주는 국제 금값도 오름세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은 온스당 1873.32달러로 연저점(3월 말 1687.27달러)보다 11% 뛰었다. 국내 최대 골드바 제조ㆍ판매사인 한국금거래소의 송종길 전무는 “이달 들어 골드바를 포함한 금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4월까지 하루 평균 100kg 팔렸다면 이달 들어 일평균 120~150kg으로 최대 50% 늘었다”고 말했다.
출렁이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금값과 달리, 비트코인 가격은 수직 낙하했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30분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3만705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 사이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기던 4만 달러가 깨진 지 4거래일째(24시간 기준)다. 두 달 전 6만3347달러(4월 16일)까지 치솟았던 몸값과 비교하면 42% 폭락했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진 가운데 비트코인 약점인 ‘변동성’이 드러나자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에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동시에 가치저장 수단으로 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 출렁임이 갈수록 심해지자 글로벌 큰손인 기관투자자는 암호화폐 대신 금 투자를 늘리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투자노트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펀드에서 돈을 인출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넣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기관들은 비트코인의 최근 6개월 상승세가 끝난 것으로 느끼는 거 같다“며 “비트코인의 급격한 하락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금에서 안정성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 전통적인 실물 안전자산인 금을 대체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여전히 전통 자산보다 변동성이 높아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미래 투자 가치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금을 대체하긴 힘들다”고 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암호화폐가 가치저장이나 금 같은 안전자산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값 오름세는 지속할까. 상당수 전문가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당분간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추가적인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입을 모았다.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긴축) 신호를 예상보다 빨리 켤 수 있어서다. 시장 전반적으로 금리 인상 움직임이 일어나면 이자가 없는 금값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전규연 연구원은 “당분간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로 금이 부각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과 연준의 테이퍼링 가능성을 감안하면 추세적인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값은 중장기적으로 온스당 1600~1950달러의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하반기부터 각국에서 풀었던 돈을 거둘 수 있어 금값이 과거 전고점인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