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동떨어진 정치, 피도 눈물도 없다"…철거요구 비판
전시장 허가 석달 넘게 걸려…나고야 시장 소녀상 노골적 반대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2년 전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다시 추진하는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는 많은 일본인이 소녀상 등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생각할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일본에 다시 선보이는 기획전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를 추진하는 일본 시민단체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잇는 아이치(愛知) 모임'(이하 모임)의 다카하시 료헤이(高橋良平) 사무국장은 1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의 목적을 이같이 설명했다.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는 7월 6∼11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에서 열린다.
2019년 8월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살펴보는 관람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소녀상은 2019년 8월 개막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의 기획전인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전시됐으나 우익 세력 등의 협박과 항의가 이어진 가운데 당국이 사흘 만에 행사 중단을 결정했다.
전시를 추진한 시민단체 측과 예술가 등이 당시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행사 중단에 항의한 끝에 약 두 달 만에 전시가 재개됐으나 기간이 매우 짧아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채 행사가 막을 내렸다.
일본에서 소녀상 전시를 다시 추진하기는 쉽지 않았다.
민간이 수탁 운영하는 나고야시 시설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전시하기로 했는데 시설 사용 허가에만 석 달이 넘게 걸렸다고 다카하시 사무국장은 전했다.
나고야시가 시설 사용 허가와 관련한 조례나 조례 세칙을 넘어서는 수준의 경비(警備)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 모아비트 지역 어린이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모임은 결국 변호사 단체의 도움을 받아 나고야시 요구의 법률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끝에 어렵게 사용 허가를 받았다.
허가 지연에는 소녀상에 노골적으로 반대해 온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나고야 시장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그는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서한을 미테구청장에게 발송한 인물이며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소녀상이 설치됐을 때도 이를 문제 삼았다.
다카하시 료헤이(高橋良平)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잇는 아이치(愛知) 모임' 사무국장 [다카하시 료헤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다카하시 사무국장은 우익 세력이 다시 전시를 방해할 가능성과 관련해 "협박 등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적으로 대처하기로 확인했다"고 나고야시와의 협의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소녀상을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수용하려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부족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카하시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 등이 나서 독일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일본의) 갈라파고스화·고립화를 심화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9년 11월 6일 안세홍 작가가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 사진전 개막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그는 "위안부 문제는 한국·조선·아시아 각지·일본 등에 있는 피해 당사자의 생각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며 "이와 완전히 동떨어진 (일본) 정치의 움직임은 피도 눈물도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는 소녀상 외에도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 때 우익 세력의 반발을 샀던 다른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예를 들면 히로히토(裕仁·1901∼1989)의 모습을 담은 실크스크린 작품이 불타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물인 '원근(遠近)을 껴안고 파트(part) 2'가 선보인다.
히로히토는 1926∼1989년 일왕으로 재위한 인물이다.
안세홍 작가가 각국을 돌며 찍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사진도 관람객과 만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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