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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폭락에…다시 金에 주목하는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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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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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은 '금(金) 대신 비트코인을 사야 하는가'다."

지난해 12월 초 블룸버그가 전한 월가의 분위기다. 당시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할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연일 가격이 급등했다.

인플레이션 헤지(hedge·위험 회피)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투자 대상으로 금보다 비트코인이 낫다는 주장이 줄을 이었다. 이후 금값이 떨어지고 비트코인 가격은 고공 행진을 하며 비트코인이 우위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한 반면 금값은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두 자산 중 어느 것이 인플레이션 헤지의 강자인지 판가름할 분수령이 다가왔다는 관측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물 금은 온스당 1871달러에 거래되며 1월 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공포가 시장을 덮친 지난해 8월만 해도 금값은 2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다 3월 8일 고점 대비 22% 떨어진 1683달러까지 내려갔다. 이후 금값은 11% 올랐다. 대표적인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와 '아이셰어즈 골드 트러스트(IAU)'도 2주 사이에 각각 4.6%, 3.4% 상승했다.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이 부활하는 모습이다.

천천히 오르는 금과 달리 비트코인 가격은 수직으로 추락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약 13% 떨어진 개당 3만940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4만달러가 무너진 것은 지난 2월 초 이후 처음이다. 지난 한 주 사이에만 30% 이상 떨어졌고 4월 고점(6만4870달러) 대비 약 40% 폭락했다. 4만달러가 무너지면서 3만달러대까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상승세였던 비트코인이 한순간에 몰락하고 모든 자산이 오르는 장세에서 홀로 외면받던 금에 투자자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별명은 '디지털 골드'다.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때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이런 금의 역할을 비트코인이 넘겨받을 것이라는 의미다. 비트코인 전체 발행 물량이 2100만개로 한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가치 저장 능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니콜라스 파니지르조글루 JP모건 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 헤지를 하려고 금을 사던 일부 투자자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깜깜이 거래'가 가능한 금과 달리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 스마트폰만 있으면 세계 어느 곳이든 보낼 수 있고 매매가 쉬운 편리성도 비트코인이 가진 비교우위로 꼽혔다. 이런 특징을 시장이 인정하며 비트코인 가격은 올 초 2만9000달러대에서 최고 2.2배까지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금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폭락 사태로 상황이 역전됐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약점으로 꼽히던 변동성에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다. 비트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놓는 발표에 가격이 좌지우지되다 결국 반등에 실패했다. 반면 수천 년간 '불확실한 시대의 안전 투자처'로 군림했던 금은 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괴 딜러 가디언골드오스트레일리아의 존 피니 매니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결국 귀금속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ETF 투자자들도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무엇이 우세한지는 아직 점치기 어렵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 분석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2조달러로, 민간이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금의 가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만큼 조정을 거쳐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폭락세에도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여전히 50% 오른 상태"라며 추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산하 연구기관인 번스타인리서치의 이니고 젠킨스 전략가는 "안전 자산이 된다는 것에는 광범위한 경제적·법적·문화적 이슈가 결부돼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사회 본성상 그러기 어렵다"며 "비트코인이 진정한 안전 자산이 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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