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이어 국책은행도 임직원에 '투자 자제' 경보
손해 발행 시…도덕적 해이 사건 우려
근무 중 거래·과도한 차입 투자 등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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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가상화폐 주의보가 전 은행권으로 확대 발령됐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며 시중은행에 이어 국책은행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투자 자제'를 적극 요청하고 나섰다. 투자 실패로 자칫 고객·은행 돈에 손을 대는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한국수출입·IBK기업 등 3차 국책은행은 최근 근무기강 확립 등을 골자로 한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안내문'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수은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 관련 임직원들에게 경각심 제고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가상화폐를 활용한 투자사기 주의부터 근무시간 중 거래 금지, 변제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금전차입 자제 등을 안내했다.
또한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자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임직원 행동강령 상 내부통제 관련 조항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직무수행 중 알게 된 정보로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 정보를 제공해 투자를 돕는 행위도 못 하도록 명시했다. 사실상 어떤 형태로든 되도록 가상화폐 거래와 연루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조치로 해석된다.
기은도 전 임직원에 "가상화폐 투자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근무기강 확립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기은 관계자는 "근무 중 가상화폐 거래가 적발될 경우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고 했다. 산은 역시 두 은행과 비슷한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임직원들에게 전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시중은행도 임직원들에게 가상화폐 투자 자제를 당부하며 집안 단속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공지를 통해 '가상화폐·주식거래 관련 근무 윤리 당부사항'을 하달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보통 주식거래에 대해서만 주기적으로 유의사항을 전달하는데 이번에는 가상화폐 내용도 함께 담아 공지했다"며 "최근 커진 변동성 등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역시 임직원들에게 수시로 가상화폐 투자에 유의해달라는 안내를 전파하는 상황이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 은행권으로 번져…"도덕적 해이 선제적 방지 필요"은행들이 앞다퉈 주의보를 발령한 데는 최근 은행 임직원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확산하는 가운데 자칫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객이나 은행의 돈에 손을 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2019년 기은에서 한 직원이 가상화폐 투자를 목적으로 고객 예금을 중도해지하고 이를 횡령한 사실이 금감원에 적발된 바 있다. 직원의 횡령액은 24억500만원에 달했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최근 들어 급격히 커졌다는 점도 은행들이 주의보를 내린 배경으로 지목된다. 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경우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발언 한 마디에 전날 12% 급락 후 7%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보수적인 조직 특성상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투자 자제를 당부하는 것"이라며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조직에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다만 임직원 행동강령 등이 법적 강제성이 없는 점은 은행들의 고민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주식투자에 있어 기업과 유관 업무가 있는 부서 직원의 주식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다른 임직원들 역시 주식거래 내역을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의 경우 행동강령 등을 통한 권고 말고는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행동강령 등으로 업무시간 내 투자를 금지했지만 코인거래는 24시간 이뤄지고 있어 무의미하지 않나 싶다"며 "결국 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행동강령이 아닌 직원들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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