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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카네이션 없는 스승의날…코로나가 바꿔 놓은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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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졸업에 이어 스승의날 특수까지 없어 꽃집 한숨

이목끄는 꽃보다는 조용히 모바일 선물로 성의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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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 꽃시장이 비교적 한산하다. 2021.5.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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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스승의 날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내심 스승의 날 특수를 기대했던 화훼업계는 크게 낙담하는 분위기다.

스승의 날에 은사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이 오랜 기간 이어져온 감사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5년차를 맞이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이 같은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가장 피부로 느끼는 곳은 꽃 가게다.

실제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전주지역 꽃 가게들은 한산했다. 정신없이 바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에서 10여년째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14일 "지난해보다 낫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심하다"며 "혹시나해서 넉넉하게 꽃을 가져왔지만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아쉬워했다.

또다른 꽃집 사장 B씨 역시 "백신 접종으로 경기가 좀 활발해지지 않을까 기대했었지만 아니었다"며 "꽃집은 대목 장사로 몇 달을 버티는데 입학식·졸업식부터 5월까지도 특수가 없다"고 한숨지었다.

특히 올해 스승의 날은 코로나19로 교사와 학부모 간 접촉이 많지 않았던데다 당일이 주말인만큼 스승의 날 분위기가 덜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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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어린이들이 선생님들에게 고사리손으로 쓴 편지.2021.5.14/©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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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흐릿해져가는 스승의 날 문화를 안타까워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부담을 덜어 마음이 편하다는 경우도 있다.

전주시에 사는 송대현씨(33)는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면 스승의 날 미리 카네이션을 사고 일찍 등교해서 친구들과 풍선도 불고 했던 기억이 난다"며 "선생님이 감동받아 우시면 괜히 얼싸안고 함께 엉엉 울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특히 전북은 교육청에서 워낙 스승의날 제도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고 들었다"며 "감사함을 표현하는 건 인간의 당연한 도리인데 일 년에 하루 정도는 괜찮은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이번 스승의날이 주말이라 부담이 좀 덜하다며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선물을 안 받는다고는 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주는 사람들도 있고 하니 뭐라도 해야 맘이 편하다"며 "유치원 가방에 아무것도 안 넣어 보내면 괜히 불편했는데 올해는 당일도 아니고 하니 그냥 넘어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담스러운 카네이션 대신 스마트폰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을 통해 카페 쿠폰이나 간식 등을 보내는 일은 이미 보편화된 추세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를 돌봐주시는 선생님께 뭐라도 해주고 싶지만 모든 분들을 다 챙길 수는 없고, 그렇다고 차량기사님과 보조선생님 등 몇몇만 챙기기도 눈치보인다"며 "차라리 깔끔하게 모바일로 담임선생님께만 선물하는 게 서로 편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값비싼 선물 대신 아이들이 하루종일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나 옷에 '스승의날 판박이 스티커'를 부착한 채 등원하는 것도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에서 3000~5000원 상당이면 쉽게 구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전주시 완산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5세반을 담임하고 있는 한 보육교사는 "아이들이 색종이에 써온 편지나 선생님을 그린 그림, 카네이션 종이접기를 선물해 앞치마 주머니가 가득찼다"며 "비싼 선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이들 정성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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