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당신도 당할 수 있다…'적반하장' 車사고 처리, 억울한 피해 막으려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과실비율 산정 애플리케이션으로 가해자 피해자 다툼을 줄일 수 있다[사진 출처=손해보험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심려(가명) 씨는 2010년식 국산 경차를 타고 골목길을 통과하다 독일 스포츠카와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김 씨는 독일 스포츠카 운전자가 갑자기 튀어나왔으니 자신이 피해자라고 여겼지만 상대방은 쌍방과실을 주장했다. 김 씨 차량 블랙박스는 먹통 상태였다.

결국 과실비율은 김 씨가 20%, 상대방이 80%로 나왔다. 독일 스포츠카 운전자가 가해자라는 뜻이지만 김 씨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차량을 수리하면서 발생했다. 경차 수리비는 100만원, 스포츠카 수리비는 2000만원으로 책정됐다.

피해자인 김씨는 자신이 받는 보험금보다 상대방에 더 많은 돈을 물어줘야 했다. 김 씨는 100만원의 80%인 80만원을 상대방 보험사에서 보상받았다. 대신 2000만원의 20%인 400만원을 자신의 보험으로 처리했다. 12년된 경차 가격보다 더 비싼 돈을 물어준 셈이다. 자동차보험 대물배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보험료 할증으로 손해를 보게 됐다.

매일경제

자동차 사고 처리 내용을 알려주는 손보협회 유튜브 화면[사진 출처=손해보험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당사자들은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따진다. 차량용 블랙박스,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가 드물던 2000년대까지만 해도 상대방에게 잘못을 인정하라며 윽박지르는 '목청 경연대회'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도로나 차량에 남아있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상대방에게 100% 과실이 있는 사고가 쌍방과실로 처리됐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쌍방과실로 처리돼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보다 더 큰 피해를 보는 억울한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가해차량이 비싼 수입차라면 10~20% 과실 판정을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비싼 보험금을 부담할 수 있어서다.

결국 목소리 크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접촉 사고 현장에서 목청 경연 대회가 펼쳐질 수밖에 없고, 상대방이 여성이라면 윽박지르는 남성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블랙박스, CCTV는 물론 과실산정 기법도 발전해 사고 현장에서 얼굴 붉히며 싸우고 때에 따라 폭행사고로 이어지는 모습은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과실이 누구에게 더 많은 지를 놓고 다툼이 종종 벌어진다. 과실 비율을 줄이기 위해 억지를 부리는 가해자도 있다.

목청 대신 앱으로 다툼 해결


매일경제

가해자 및 과실비율 판정 정보를 알려주는 손보협회 동영상 장면 [사진 출처=손보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로에서 차끼리 부딪친 사고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직진이다. 직진하는 차를 방해한 운전자를 가해자로 판단한다.

보행자를 차로 쳤다면 운전자가 가해자다. 보행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신호를 지켰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사고도 많다. 블랙박스나 CCTV가 잘잘못을 가려주기도 하지만, 이는 운 좋은 사례에 불과하다.

블랙박스가 있더라도 메모리 불량이 발생해 제대로 녹화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 CCTV 화질이 좋지 않거나 사고 현장을 제대로 촬영하지 못해 가해차량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교차로 내 충돌 사고의 경우 목격자나 CCTV가 없는 상황에서 사고 당사자들이 서로 상대방이 신호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 누구 책임인지 가려내기 어렵다. 대로변에 사고 목격자를 찾는 플래카드가 나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교통사고 조사담당 경찰관이 결정한다.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관련 기관에 의뢰해 가해자를 가려낸다. 소송이 제기됐을 때는 법원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판단한다.

손해보험사 보상직원은 경찰의 조사내용과 결과를 바탕으로 과실비율을 정한다. 과실비율은 100을 기준으로 60대40, 70대30, 80대20 등으로 산출된다. 과실비율이 '50'을 넘는다면 가해자가 된다.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을 때는 사고 당사자들이 가입한 보험사의 보상직원들이 자동차보험 약관의 부속서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따라 과실의 많고 적음을 따진다.

과실비율 이의 있으면 분쟁심의 신청


매일경제

교통사고 처리방법 [사진 출처=손보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실비율이 궁금할 때는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 있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참고하면 된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과실비율을 따져볼 수 있다.

손보협회는 과실비율 인정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보험사, 법조계 등이 참고할 수 있는 비정형 과실비율 기준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비정형 과실비율 기준은 효용성이 입증되면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포함된다. 지난 2019년 과실비율 인정기준 개정 때도 비정형 기준 23개가 포함됐다.

올해 손보협회가 마련한 비정형 과실비율 기준에는 억울한 쌍방과실을 줄여주는 새로운 내용이 포함됐다.

이륜차(오토바이)가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 '적색'에 횡단하다 직진 또는 좌회전하는 차량과 부딪치면 이륜차에 100% 과실이 있다는 기준이 마련됐다.

다만, 사고 상황은 천차만별이어서 과실비율 인정기준으로 파악할 수 없을 때도 있다. 보험사 과실비율 산정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매일경제

비정형 교통사고 과실비율 기준 100대 0 사례, A차량 100% 과실 [사진 출처=손보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실비율에 이의가 있다면 가입 보험사를 통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에 분쟁심의를 신청하면 된다. 신청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심의위원은 50명이다. 올해 5명 늘었다. 분쟁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분쟁 건수는 지난 2016년 5만2590건에서 지난해에는 10만4077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곽수경 손보협회 과실분석팀장은 "분쟁심의위원들은 차사고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뒤 과실비율을 결정한다"며 "지난해 위원회 분쟁심의 결정 중 95%는 양쪽 보험사와 사고 당사자가 수용해 종결됐고, 5% 정도가 소송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보 허브(Hub)와 허브(Herb)를 지향하는 허브車, 세상만車, 카슐랭, 왜몰랐을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자구독☜(글자를 클릭하시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하시면 시리즈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