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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타인의 고통 알았을 때 큰 힘이 되는 작은 진심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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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별것 아닌 선의
이소영 지음
어크로스 | 280쪽 | 1만4500원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는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는 부모가 나온다. 사고 직전 부모는 아들의 생일 케이크를 주문했다. 아들의 병상을 지키는 부부의 피 말리는 심정도 모르고, 빵집 주인은 케이크를 찾아가지 않는 이들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건다. 부부는 늦은 밤 불 켜진 빵집 문을 거칠게 두드린다. “그 애는 죽었다구, 이 못된 놈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엄마. 빵집 주인은 횡설수설 미안함을 전하다가 부부를 빵집 안으로 들여 갓 구운 계피롤빵과 커피를 대접한다.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라며. 부부는 빵을 먹으며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빵집 주인이 풀어놓는 인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몇 해 전, 저자는 경향신문 칼럼 연재를 제안받고 가장 먼저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빵집 주인이 그랬듯,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의 순간들을 모아 <별것 아닌 선의>에 담아냈다. 저자는 사소하지만 반짝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준다. 전공시험과 학원 아르바이트가 겹쳐 막막해하던 저자를 대신해 보충수업을 맡아주었던 선생님, 눈물을 쏟으며 성당으로 가달라는 자신을 위해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포기하고 성가가 흐르는 클래식 FM을 틀어주신 택시 기사님, 대학원생 시절 지도학생도 아닌 제자에게 “네가 어떤 학자로 커나갈지 지켜보고 있다”는 격려의 말을 전해주신 교수님 등 기억의 조각들을 독자들과 나눈다.

“음롼한 영상은 봅니콰?” 외국인 신부님과의 웃음터지는 일화는 저자 표현대로 “신이 선물한 웃음 한 조각”처럼 읽힌다. 작은 호의가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책이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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